'규제지역확대'·'대출규제'·'증세'만 무한 반복하는 정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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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지역확대'·'대출규제'·'증세'만 무한 반복하는 정부 대책
  • 이재빈 기자
  • 승인 2020.07.14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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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책, 22차례나 똑같은 정책 반복
수치만 조금씩 다르고 기존 규제 ‘판박이’
“유사규제 반복이 내성 키워 부동산 왜곡”
서울 송파구 전경. 22차례나 이어진 부동산 대책이 규제지역확대·대출규제·증세를 반복하면서 2017년 1월 이후 지난 3월까지 서울 집값이 48.64% 급증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정부가 22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집값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약발이 듣지 않고 있다. 규제지역확대·대출규제·증세라는 똑같은 규제만 ‘무한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억제책이 반복되자 시장에 내성이 생긴 결과라며 부동산 시장 접근법을 근간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14일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92% 상승하는데 그쳤지만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은 48.64% 급증했다. 반면 전 정권 집권 기간 동안 CPI가 26%오를 동안 서울 집값은 11% 오르는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급등한 까닭은 22차례나 발표한 부동산 대책이 제 기능을 못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높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시작으로 2018년 9·13대책, 지난해 12·16대책 등 역대급 부동산 규제가 연이어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의 효과는 미미했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어도 반년밖에 집값 상승을 억제하지 못해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17년 8·2대책이 발표된 후 9월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불과 한달만인 10월 들어 곧바로 반등했다. 2018년 9·13대책 발표 후에도 같은해 12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7개월만 하락했다. 지난해 발표된 12·16대책과 올해 들어 나온 2·20대책도 상승세를 억제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코로나19가 한창 맹위를 떨치던 4월 들어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12·16대책보다 코로나19 확산이 집값 하락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22차례나 부동산 대책이 이어졌지만 규제 내용은 항상 ‘거기서 거기’였다. 규제지역확대·대출규제·증세만 반복됐기 때문이다. 실제 8·2대책은 서울 전지역을 투기지역, 혹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로 축소했다. 규제지역확대와 대출규제다. 9·13대책은 종합부동산세를 인상하고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증세 정책이었다. 12·16대책은 9억, 15억 초과 구간에 대한 LTV 규제를 강화하고 종부세를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모두 한 차례 나왔던 대책을 강화한 것뿐이다.

2·20 대책도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LTV를 추가 규제하는 선에서 그쳤다. 6·17대책 역시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법인 종부세를 인상하는 등 기존 대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부동산 대책 대부분이 기존 대책에서 수치만 바꾼 ‘숫자놀음’에 그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규제 일변도 정책이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지역확대·대출규제·증세만 반복되자 시장이 규제를 두려워하기는커녕 ‘규제 약발이 다하면 집값이 또 오른다’는 믿음을 심어줬다는 분석이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똑같은 규제를 반복하다보니 규제는 점점 강해지고 시장은 내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반복되는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오히려 더 왜곡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시행 전에 공청회를 열어 시장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면 이같은 시장 왜곡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유독 부동산 시장 정책에 대해서는 불통 상태”라고 부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젊은 세대들이 서둘러 집을 매수하는 현상인 소위 패닉바잉(Panic Buying)의 책임은 반복되는 부동산 규제에도 있다”며 “무주택자 입장에서 점점 규제로 인해 집을 사기 힘들어지다보니 다음 규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집을 사자는 기조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또 “똑같은 규제만 반복하는 것으로는 집값 안정에 한계가 있다”며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 당장 매수하지 않아도 가까운 미래에 집을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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