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뉴딜] 임기 2년도 안남기고 초대형 프로젝트 ‘용두사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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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임기 2년도 안남기고 초대형 프로젝트 ‘용두사미 우려’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0.07.1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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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까지 160조 투입...차기정권 계승전제
두 달도 안 돼 ‘창조경제 재탕’ 10대 사업 확정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라며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사업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국고만 114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다. 하지만 임기가 채 2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이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될지 매우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권 교체 이후 투입예산까지 확정

문 대통령은 이날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10대 대표사업이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끌게 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 임기 안에 국민들께서 직접 눈으로 변화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까지 국고 49조 원 등 총 68조 원을 투입하여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또 “새로운 일자리도 2022년까지 89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를 넘어 다음 정부로 이어지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2022년 3월 정권 교체 이후에도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정권 교체 이후 구체적인 사업계획까지 직접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2025년까지 국고 114조 원을 직접 투자하고 민간과 지자체까지 포함하여 약 160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5년까지 일자리 190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고 했다.

▮두 달 만에 구체적 사업 ‘뚝딱’ 확정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이전 정부의 초대형 경제 프로젝트를 이어간다는 것은 희망에 기초한 가정에 불과하다는 게 문제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마찬가지다. 87년 민주화 이후 진보 진영에서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보수 진영에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각각 연속해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지만 구체적인 경제정책이 그대로 계승된 일은 없었다. 설사 기존 정책을 계승하더라도 경제 상황이 달라지는 만큼 정책 수정도 불가피해진다. 한국판 뉴딜을 두고 문 대통령 남은 임기 1년여 동안 반짝하다 용두사미로 끝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판 뉴딜이 코로나19라는 돌발 사태로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점도 문제다. 한국판 뉴딜은 지난 5월 10일 문 대통령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처음 언급된 이후 이날 구체적인 사업들이 확정되기까지 채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국민 특별연설에서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며 한국판 뉴딜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어 22일만인 지난달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람 우선의 가치와 포용 국가의 토대 위에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나란히 세운 한국판 뉴딜을 국가의 미래를 걸고 강력히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국판 뉴딜의 두 축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이때 처음 공식화됐다.

▮5년 걸린 창조경제도 졸속으로 끝났는데

한국판 뉴딜의 한계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창조경제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박근혜 정부는 2012년 대선 캠페인 때부터 창조경제론을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들고 나왔고, 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 추진 전담부처로 미래창조과학부까지 신설했으며 출범 원년에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확정했다. 이어 집권 2년차에 창조경제를 포함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9대 전략산업과 4대 기반산업까지 확정해 발표했다. 9대 전략산업은 한국판 뉴딜의 10대 대표사업에 해당한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부터 오랜 기간 정책을 다듬고 추진했지만 창조경제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국정농단의 먹이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 대표사업의 면면이 창조경제 전략산업의 면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과연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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