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감정과 떨림?교감 없는 섹스는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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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감정과 떨림?교감 없는 섹스는 싫어”
  • 김윤정 기자
  • 승인 2005.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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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는 가라! 대안적인 성문화 포르나가 온다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 포르노를 만들어라”

여자들도 포르노를 보는갚 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여성들은 “포르노는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포르노는 여성을 학대하고 도구화하며 남성의 욕구만을 충족시켜왔다는 인식에서다. 사랑의 감정과 떨림, 교감 이 없는 섹스 장면은 재미가 없다는 대부분의 여성들의 생각이다.

여성들은 행위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느끼려고 한다. 쾌감, 단순히 그것보다는 사랑하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려고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행위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되야 거부감 없이 포르노를 접할 수 있다는 말이다.

남성적인 포르나 문화를 비판하고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 대안적인 성문화 ‘포르나’를 만들기 위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18일에 열렸던 안티성폭력페스티벌 ‘포르노 포르나’가 그것. ‘포르노포르나’는 우리 사회에서 포르노를 추방하기 위한 반 성폭력 운동을 말한다.

행사를 통해 폭력적 포르노를 통한 남성중심적, 남근중심적, 이성애중심적, 비장애인중심적인 성의식이 아닌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의 욕망을 포괄하는 대안적인 성문화 ‘포르나’를 제안했다.

포르노는 알겠는데 포르나는 뭐지. 포르노(porno)의 여성형 명사인 포르나(porna)는 성에서 폭력성을 제거하고 남성뿐 아니라 지금까지 철저히 소외되었던 여성, 장애인, 동성애자 등 누구나 성적 판타지를 즐길 수 있는 대안적인 성문화를 일컫는다.

아직까지 ‘포르나’를 접해본 적이 없으므로 지금부터 함께 만들어 가고, 그러기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야동’과 같은 포르노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남녀관계의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게 된다.

그러나 안티성폭력페스티벌 ‘포르노 포르나’은 다양한 계층의 성과 욕망을 알리고, 성문화가 폭력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에로틱할 수 있다는 것을 표현했다.

남여의 사랑의 행위가 시간이 갈수록 격투로 변해가는 모습을 희극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교감 없는 육체적인 관계를 꼬집은 창작 춤 집단 가관의 무용작품 ‘시소를 타다’, 미래의 포르나 세계 남성이 2005년 성의 역사를 연구하며 오늘의 어처구니없는 성문화를 비웃은 일반 참가자 김익범 씨의 꽁트 ‘포르노 인간연구 X파일’, 두루마기를 걸친 입담꾼이 즉시 응용가능한 솔직 대담한 애무법을 시연한 여성들을 위한 워크샵 ‘양대산맥’ 등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남성중심, 남근중심, 이성애중심, 비장애인중심으로 왜곡되었던 우리의 성문화는 아름다운 우리말 또한 오염시켰다.

보지와 자지는 비속어, 은어가 아닌 순우리말 표준어로 여남의 성기를 지칭하는 적확한 단어이다.

그러나 물렁물렁 극단의 판토마임 ‘치즈로 빚어진 사람’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잠자리 맡에 보지와 자지를 걸어놓고 내키는 대로 마음에 드는 곳에 달았어요.”라는 문장으로 동화구연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사람들의 키득거림은 미소로 바뀌었다.

이야기에는 신화적 상상력이 풍부했고, 남자는 유연했으며, 여자는 당당하여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줄곧 은밀하고 사적 영역에만 머물렀던 성적 욕망을 질펀하게 풀어내는 연극, 율동 등은 시원한 웃음을 선사한다. 왜곡된 성 의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던지지 않는다. 대신 솔직히 이야기하며 웃으면서 서로의 고민을 풀어보자는, 덜 부담스러운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안티 페스티벌’이라는 이름답게 즐기면서 반대하며 대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포르노포르나’ 류혜진 홍보 담당자는 ‘포르나’에 대해 “포르노는 이론, 강간은 실천이라는 말이 있듯, 포르노는 오롯이 남성을 위한 남성 중심의 성행위 묘사로 가득하다”며 “성욕이 없지 않고, 욕망을 숨겨야만 하지도 않는 여성들은 ‘포르노’를 마음 편하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밀양 성폭력 사건이 터지자 남성 중심적인 성문화에 ‘딴지를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행사를 통해 “강간판타지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포르나 적 상상력은 사회를 바꾸는 작은 힘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에는 ‘포르나’의 존재 사실을 귀띔하는 정도지만, 해가 지날수록 포르나 문화가 양성되리라 확신에 찬 류혜진씨는 “여성들이여, 일상에서 자신의 성을 말하고, 같이 즐기자”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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