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렘데시비르 효능 불분명해지자 ‘혈장치료제’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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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렘데시비르 효능 불분명해지자 ‘혈장치료제’에 눈길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7.13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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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증 환자 42명 투여 호전 9명뿐…3명은 병세 악화
혈장치료제 개발 GC녹십자가 맡기로…‘백신’ 효능도 존재
미국 전문가들 “백신 나오기 전 혈장투여 예방 효과 있어”
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가 국내 중증환자에게 본격적으로 투약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띈 효능감이 보이지 않자 ‘혈장치료제’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글로벌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가 국내 중증환자에게 본격적으로 투약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약물이 눈에 띈 효능감을 보이지 않자 ‘혈장치료제’에 다시 눈길을 돌리는 분위기다.

방역당국은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렘데시비르를 중증환자 42명에게 투여했지만 상태가 호전된 사람은 9명, 효과 판단이 어려운 사람은 15명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3명은 병세가 악화된 상태다.

1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은 임상에 필요한 혈장 확보를 완료한 상태로 이번 주부터 혈장제제를 생산하고 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당국은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혈장 공여 참여 의사를 밝힌 완치자 375명 가운데 171명의 혈장을 확보했다. 혈장치료제 개발은 국내 제약사 GC녹십자가 맡기로 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회복기 환자의 혈장(혈액의 액체 성분)에서 여러 유효 면역 항체(중화항체)를 추출해 만드는 전문의약품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가장 빠르게 투약할 수 있는 치료제로 논의된 바 있다. 또한 다른 질별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는 혈장치료제가 있어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은 편이다.

다만 혈장치료제는 이론상 완벽한 약이지만 사실 여러 한계가 있어 전 세계가 개발에 뛰어들었음에도 아직 성공한 나라가 없다. 일단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혈장 공급이 지속돼야 하고, 혈장에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감염 후 3개월 정도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액 속에 포함된 항체 및 면역글로블린을 농축·제제화해 사용하는 것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필요하다.

임상에 필요한 혈장은 최소 130명분 이상이다. 국내 방역당국은 지난 11일 기준으로 171명의 혈장을 확보한 상태다. 첫 임상시험과는 별개로 이날부터 대구·경북 지역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회 관련 확진자 중 500명이 혈장도 제공받는다. 이 혈장은 향후 임상시험 이후 제제화해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 4월 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국내 최초로 혈장치료를 받은 확진자 2명이 모두 완치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들 환자는 모두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을 동반한 위독 상태였지만, 완치 후 14일이 지난 남성의 혈장 500밀리리터(㎖)를 두 차례 투여 받은 뒤 완치됐다. 스테로이드 치료도 동시에 이뤄졌다.

혈장치료에 혈액형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을 최근 국제학술지 한국 의과학 저널(JKMS)에서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혈액형이 B형인 환자가 A형 혈장 공여자로부터 이틀 연속 250밀리리터의 혈장을 투여 받은 결과 3일 동안 호흡곤란과 발열증상이 개선됐다.

당시 혈장 치료를 맡은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는 나름의 부작용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면서도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과 병행할 수 있는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신속한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해 GC녹십자에게 안전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 1상을 면제해줬다. 대상 환자들에게 투여해 치료 효과를 탐색하는 임상시험 2상을 곧장 시행하고 연말까지 치료제를 만드는 게 정부 목표다.

이미 형성된 항체를 체내에 주입한다는 개념인 만큼 백신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한 예방주사가 백신 개발 전인 현재로선 가장 효과적인 방역 수단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따르면 자이아 박사 등은 완치자 혈장을 건강한 사람에게 예방 목적으로 투여하는 것이 환자에게 정맥주사로 혈장치료제를 투여하는 것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정맥주사 치료제보다 예방주사에 훨씬 적은 양의 항체가 들어가 혈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치료하는 것보다 아예 감염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이 개발되는 게 바람직하지만 바이러스 변이와 개발에 드는 비용 및 시간 등 걸림돌이 많다. 정부는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3차 추경예산에 1936억원을 편성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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