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조문 보이콧 vs 미투 피해자 2차 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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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조문 보이콧 vs 미투 피해자 2차 가해
  • 조민교 기자
  • 승인 2020.07.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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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허윤정 발언 논란에 여권 일각 피해자 신상털이도
안철수 "조문 안한다" 김종인 "조문 보류" 정의당도 가세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전주혜 의원 등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상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장례가 또다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진영 논리에 빠진 여권 일각의 지지자들은 박 전 시장의 미투 의혹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 등 2차 가해 행위를 공공연히 벌이고 있고, 야권에서는 이에 맞서 조문 보이콧으로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0일 박 시장의 장례식장을 방문해 성추행 의혹에 대한 당의 대응방침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라며 "그런 걸 이 자리에서 예의라고 하는 것인가. 최소한 가릴 게 있고"라고 쏘아붙였다. 이 과정에서 '후레자식'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같은 날 허윤정 당 대변인은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 양쪽을 모두 듣고 있다"고 말해 재차 논란을 불렀다. 이에 더해 여권 인사들이 너도나도 조문 행렬에 동참하며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 논란은 더욱 가열됐다. 11일 빈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말에는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여권의 시각이 담겼다. 그는 "피해자(주장)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도 "박 시장의 업적 또한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인에 대한 추모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런 여권의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 탓인지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하게 미투 고소인에 대한 신상털기가 진행 중이다. 이에 다급해진 민주당은 강훈식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온라인상에서 관련 없는 사람의 사진을 유포하거나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가짜뉴스가 나오고 있다"며 "이는 현행법 위반이자 무고한 이들에게 해를 가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어떠한 사실도 밝혀진 바 없다"며 "또 다른 논란이 만들어지면 안 된다. 부디 더 이상 고통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국민'을 향한 협조 당부이지만 실상 2차 가해 논란을 부른 일부 여권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12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발언, 전혀 다른 이야기도 나온다는 여성 정치인인 민주당 대변인의 언급, 그리고 서울특별시장(葬) 5일 장까지 모두가 그분들이 고인(박 시장)과의 관계에만 몰두해 나온 현상"이라며 "피해자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가해자를 찾듯 피해자 색출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신상 털기에 확인이 안 된 사진 유포까지, 2차 가해가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야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조문 보이콧을 선언하며 여권을 비판하고 나섰고,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도 조문 일정을 보류한 상태다. 

한편 정의당은 내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피해자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고 장혜영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성폭행 혐의 피소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장 의원은 "차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고인이 우리 사회에 남긴 족적이 아무리 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해도, 아직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심상정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는 빈소를 찾아 조문하며 일단은 고인에 대한 애도와 조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조문 후 배 원내대표는 "추후 상황은 발생 상황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했고 심 대표 또한 "피해 호소인에 대한 신상털기나 2차 가해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며 "이 상황이 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내에서는 일부 당원들이 류 의원과 장 의원 등을 비판하며 탈당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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