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장인이 만든 ‘친환경 수도꼭지’… 뿌리기업 워터웍스유진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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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장인이 만든 ‘친환경 수도꼭지’… 뿌리기업 워터웍스유진의 날갯짓
  • 나기호 기자
  • 승인 2020.07.1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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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부사장 “대기업도 감탄한 ‘30만 번’ 내구성 테스트… B2C 시장도 공략”
워터웍스유진이 자체개발한 주조공정로봇이 용액을 주조틀에 넣기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나기호 기자
워터웍스유진이 자체개발한 주조공정로봇이 황동용액을 주조틀에 넣기위한 사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국내 최초 친환경 수도꼭지 개발에 성공한 워터웍스유진은 ‘뿌리산업의 든든한 대들보’ 고(故) 이두근 회장의 도전 정신의 산물이자 제조업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은 4남매 중 차녀 이정옥 사장(한국여성경제인협회 특별부회장)과 장남 이준호 부사장, 그리고 막내인 이정은 상무이사를 중심으로,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뿌리기업으로 성장했다.

화성시 정남면 소재의 워터웍스유진은 7000여 평 규모로 총 10동의 건물이 자리해있다. 1971년 전신인 유진금속공업사 설립을 시초로, 수도꼭지에서 가장 기초적인 가스밸브부터 시작됐다. 이후 1983년 신정동에서 지금의 화성으로 사옥을 이전해 49년째 가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워터웍스유진은 주방과 욕실용 수전(수도꼭지류)을 제조부터 판매까지 아우르는 중소기업이다. ‘주조→가공→연마→도금→조립 및 포장’ 등 제조와 생산 전 과정에는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다. 이를 통해 7000여 가지가 넘는 완성품을 제조한다. 이 모든 단계를 걸치는 수전업체는 워터웍스유진이 유일하다. HDC현대산업개발, 대우건설, 포스코 등 대기업에 주력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로봇과 뿌리기술을 보유한 워터웍스유진은 모든 공정 과정이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다. 특히, ‘완전 수작업’, ‘반자동’, ‘로봇 자동화’ 주조공정은 뿌리산업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다. 두께보다 밀착성이 중요한 도금공정도 자동화 라인을 통해 세련된 디자인을 뽑아낸다.

숙련공의 정교한 손놀림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로봇의 조합은 완전 불량률이 1.3%에 불과해 최고의 품질을 소화하는 배경이 됐다. 이준호 부사장은 “1990년대 당시에는 300여 명이 넘는 인력을 보유했지만, 잦은 파업과 건설경기 침체 등 회사 존폐 위기를 겪으면서 1996년 로봇 시스템 연구개발(R&D)에 착수했다”며 “현재는 로봇 자동화와 근속 20년 이상의 80여 명의 직원만으로 지난해 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준호 워터웍스유진 부사장이 해외바이어와 대기업도 감탄한 내구성 테스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나기호 기자
이준호 워터웍스유진 부사장이 해외바이어와 대기업도 감탄한 30만 번의 내구성 테스트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나기호 기자

해외바이어와 대기업이 워터웍스유진을 가장 신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전금구 내구성 시험실’을 방문한 이후부터다. KS 인증 심사기준인 20만 번의 내부시험 기준보다 10만 번을 추가한 총 30만 번의 내구성능을 테스트한다. ‘고내구성 완성품’ 의무화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타사 제품보다 무거운 이유는 원재료인 황동 함량이 높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을 걸치면 제품의 내구성과 수명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말했다.

워터웍스유진의 기술력은 3D 업종의 변모와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급수관과 출수관에 설치되는 ‘수전장치’는 사용자 신체를 포함한 전도체가 접촉될 시 감지하는 정전용량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조작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절수효과를 높였다. 300평 규모의 부자재 물류창고는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를 일찌감치 도입해 업무 효율화를 극대화했다. 뿌리산업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결을 위해 고안한 산업용 로봇 시스템 판매 사업도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뿌리산업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등의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한편, 워터웍스유진은 퇴직근로자와 평생을 함께한다는 경영이념을 토대로, 국내 최초 친환경 수도꼭지 개발이라는 업적을 인정받았다.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는 게 강한 기업”이라며 “앞으로 매출 1000억원을 목표로, 로봇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해 전통 뿌리기업의 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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