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늘어도 다주택자 집 안 팔아”… 세입자는 골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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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늘어도 다주택자 집 안 팔아”… 세입자는 골병든다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7.08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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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 기대감 여전해 종부세 부담 가중 실효성 의문
서울 전셋값 '고공행진'… 보유세 부담 등으로 월세 선호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을 발표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3)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와 여당이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다주택자 등의 보유 부담을 높여 집을 팔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대책에 대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려면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실효성 논란이 반복될 전망이다. 

◇ 종부세법 개정 속도 내는 당정

8일 업계에 따르면 당정 모두 종부세 강화 의지가 분명한 만큼 종부세법 개정안이 지난 12·16 대책보다 더욱 강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행 6억원(1주택자 9억원)인 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6·17 대책을 통해 법인이 보유한 주택에 대해선 공제 한도(6억원)를 폐지했다. 과표 구간을 낮춰 3·4% 최고세율을 내는 다주택자를 늘리는 방안 등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공제를 줄이고 과표 구간을 낮추면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대상자가 늘어나 실효세율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한 것. 더불어민주당은 입법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당정은 입법 속도를 내기 위해 ‘의원 입법’ 형태로 개정안을 발의, 이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고가·다주택자의 종부세 등 보유세 부담을 늘려 주택시장에 매물이 늘어나 집값 안정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게 당정의 판단이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금 달랐다. 세 부담보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훨씬 크다 보니 집을 내놓겠다는 다주택자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 종부세 오르면 다주택자들이 집 팔까

실제 국토교통부의 시뮬레이션 결과 공시가격이 지난해 19억400만원에서 올해 25억7400만원으로 35.2% 오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95㎡는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1123만원에서 1652만5000원으로 529만5000원이 올랐다.

이 단지는 공시가격 조사 당시 시세가 지난해 30억원 초반대에서 올해 33억원 후반대로 약 3억원 올랐다. 2018년에는 22억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간 11억원 넘게 치솟았다. 보유세가 지속적으로 올라도 부담이 크지 않은 셈이다.  

또한, 이 단지의 소유주가 만 60세 이상의 1주택자로 세액공제 최대한도인 70%까지 적용받는다고 가정하면 올해 보유세는 약 500만원 줄어든다. 인상분은 30만원도 되지 않는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39㎡는 지난해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로 종부세 없이 재산세 약 246만원을 냈으나 올해 공시가격이 10억원대에 진입하면서 종부세가 더해져 총 354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이 단지 역시 2018년 10억원, 지난해 13억원, 올해 16억원으로 매년 수억원 씩 올랐다. 집값 상승과 비교해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은 미미한 수준. 확실하게 상승 기대감이 꺾이지 않은 한 대책이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정부 믿고 기다리기엔 답답한 세입자들

그나마 정부가 다주택자들의 ‘파느니 버티자’를 가능하게 했던 법인과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종국에는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 보인다. 

문제는 당장 집값과 함께 전셋값도 덩달아 뛰면서 무주택 서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로금리 영향으로 전세물건 자체가 줄어들면서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때까지 인내하라며 민심을 달래기엔 너무 막연한 기다림인 셈이다.

부동산114 통계를 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0.09% 상승했다. 이 기간 강남구와 송파구는 0.19%로 평균치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강동구도 0.18%로 상승률이 높았다. 금천구(0.20%)와 성북구(0.11%), 구로구(0.10%) 등 비강남권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지난주 양주시(0.33%)와 하남(0.29%)‧남양주(0.14%)‧성남(0.13%)‧의왕시(0.12%) 등지가 높은 전셋값 상승률을 나타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보유세 부담 증가와 초저금리 영향으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전세로 눌러앉으면서 아파트 청약을 노리려는 수요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 압박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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