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개미 테슬라ㆍMSㆍ애플 매집… 유동성 거품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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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개미 테슬라ㆍMSㆍ애플 매집… 유동성 거품 경계해야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0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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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사들이던 개미들 원정러시...테슬라 상반기 4.7억만 달러 순매수 
美 성장주 투자 '대세'로..."암울한 실적, 환율요인도 고려해야" 낙관론 금물
동학개미들 사이에서 테슬라 등 미국 성장주 중심의 해외주식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동학개미들 사이에서 테슬라 등 미국 성장주 중심의 해외주식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삼성전자와 네이버가 국내에서 잘 나간다고 하지만 미국 유망 기업들이 장기투자엔 더 괜찮다고 생각해서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국내 주식에 굴렸던 종잣돈으로 최근 해외주식을 사들인 직장인 양모씨(40)의 이야기다.

지난해부터 조짐을 보였던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게 된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완전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주식 총 매도액은 89억4400만달러(약 10조6700억원), 매수액은 97억500만달러(약 11조5800억원)에 달했다. 매수액과 매도액 모두 역대 최고치다.

주목할 만한 건 해외주식 중 미국주식이 압도적 투자 비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초 코로나 사태로 주식 시장이 급락했을 때 삼성전자를 대거 사들였던 개미들도 이제는 테슬라·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등을 사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달 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최근 한 달간 순매수액 기준으로 1~6위는 미국 주식이었다. 

세부 종목별로 보면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의 순매수액이 4억7011만2275달러로 1위를 차지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4억6492만달러)와 애플(4억4615만달러),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C클래스(3억5434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올해 6월 나스닥지수가 1971년 출범 이후 49년 만에 '1만 고지'를 넘어서면서 이와 연동된 대형 기술주도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코로나로 외부 활동이 제한됨에 따라 완구업체인 해즈브로(3억9100만달러)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그룹(1억5828만달러)을 비롯해 월트디즈니(1억3357만달러), 페이스북(1억2194만달러), 아마존(3,759만8875달러) 등 언택트 관련 종목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해외직구(해외주식 직접투자) 움직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나스닥을 중심으로 뉴욕증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정부가 소액주주의 국내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시장 투자유인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아져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금융투자소득세 부과를 골자로 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3년부터 소액주주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2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과세하기로 했다"며 "(양도세 부과에 따른) 반사적 영향으로 해외주식에 대한 상대 매력이 지속 부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 주식시장은 대선,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미중 갈등 고조 등과 같이 금융시장을 자극할 만한 변수가 산재해 있다"면서도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기반의 IT 성장주로 쏠림 현상은 심화되는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 수요 확대와 투자 증가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해외 주식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마냥 장밋빛을 기대하며 섣불리 덤벼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동성 장세로 주가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을 거의 회복한 상황에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특히 올해 기업실적 전망의 경우 IT나 헬스케어 업종을 제외하면 모두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해외 주식 투자의 실제 수익률을 좌우할 환율도 투자자들에게는 더이상 우호적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아울러 최근 해외 주식 투자가 낙폭 과대주 위주로 가면서 여행·항공 등 회복 가능성이 더딘 업종 매수가 많았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실제 예탁결제원 기준으로 해외직구족이 연초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 상위 10종목 중 3종목(버크셔해서웨어·디즈니·오리니아제약)은 오히려 연초 대비 주가가 20% 이상 하락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증시 반등장에서 코로나19 수혜주와 성장성이 높은 종목에만 자금이 몰리면서 업종별 차별화가 나타났다"며 "시중에 풀린 유동성 때문에 일부 종목만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이 뒤집히려면 금리가 오르거나 실물경제에 뚜렷한 개선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럴 만한 징후가 없다"고 예상했다. 

특히 최근 성장성이 가장 높은 미국 나스닥의 IT 플랫폼 기업 역시 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성장에 대한 기대가 모두 반영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나온다.

여기에 하반기에는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환차손이 예상되는 만큼 환율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나면서 원화가치가 달러당 1280원까지 급락한 바 있지만 5월을 기점으로 전 세계 증시 회복과 함께 '원화 상승·달러화 하락' 국면이 빠르게 전개됐다. 

일각에선 해외주식 투자를 할때 과세 부분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주식을 비롯한 해외 주식에 투자하면 손익에 따라 양도세를 22%(주민세 2% 포함) 내야 한다. 또 미국 주식은 거래세가 없지만 국내 증권사를 경유해 거래하면 국내 증권사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환전 수수료도 발생한다. 최근 해외주식 투자 열풍으로 각 증권사가 해외 주식 수수료를 낮춰주거나 거래금액에 따라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행사를 하고 있어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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