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공방에 신뢰 깨진 제주항공-이스타, M&A 물 건너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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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공방에 신뢰 깨진 제주항공-이스타, M&A 물 건너가나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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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제주항공이 셧다운‧구조조정 지시” 주장
제주항공 “지시한 적 없어…선행조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 파기” 반박
정부 중재에도 진실공방 넘어 폭로전으로…M&A 무산 가능성 ↑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사 간 첫 기업결합으로 주목을 받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스타항공의 셧다운과 구조조정 등 책임소재를 두고 양측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이 오는 15일까지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으면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만큼 사실상 이번 M&A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제주항공은 7일 M&A 관련 공식 입장문을 배포하고 이스타항공 측에 요구한 선행조건 해소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선결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린 상태다. 제주항공이 제시한 기한은 오는 15일까지다. 

제주항공은 이날 입장문에서 “2019년 12월 MOU 체결, 2020년 3월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후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선결조건 이행에 대한 이스타항공의 입장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항공은 최근 이스타항공 측에서 계약의 내용 및 이후 진행 경과를 왜곡해 발표하며 제주항공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제주항공은 “양사 간 최고 경영자 간의 통화내용이나 협상 중 회의록 같은 엄격히 비밀로 유지하기로 한 민감한 내용들이 외부에 유출되는 비도덕적인 일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셧다운을 지시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전날 공개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3월 20일 이석주 당시 제주항공 대표와 통화에서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이 대표는 “지금은 셧다운하는 것이 예를 들어 나중에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이게 맞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3월 9일과 10일 양사의 간담회 회의록에는 제주항공이 기재 축소(4대)에 따른 직원 구조조정과 비용 통제를 위한 전 노선의 운휴를 요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체불 임금도 제주항공이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내용이 수차례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상 어려움에 따라 양사 간 협의를 통해 이뤄진 운항 중단 조치를 마치 제주항공이 일방적으로 지시한 것처럼 매도한 것은 이스타항공을 도와주려던 순수한 의도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업계에서는 양측이 진실공방을 넘어 폭로전 양상으로 치닫자 이대로라면 M&A가 결국 무산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선행조건 해소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 사실상 계약 파기나 다름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은 변수는 정부의 중재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차례로 만나 M&A 성사를 당부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양사가 막판 극적 타협을 통해 M&A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양사의 M&A가 무산될 경우, 이스타항공은 파산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하고 있던 현금이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1분기 기준 -1042억원) 상태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임직원에게 월급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으며, 협력사에도 대금을 연체 중이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스타항공을 회생 불가능 상태로 난도질하고, 이제 와서 체불임금 해결 등을 이유로 인수거부를 선언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악질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3월 이후 발생한 모든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내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제주항공의 요구는 250억 가까운 임금체불도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혀 해결 불가능한 요구”라며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해 계약을 해지할 것이라는 통보에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가 포함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의당, 참여연대 등이 함께 제주항공을 규탄하고 정부 당국에도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오는 15일 전후로 이스타항공 사태의 해결을 위한 범시민사회대책위를 구성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중단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중단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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