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월급 모아 집 못 산다…고수익 쫓는 'MZ세대'
상태바
어차피 월급 모아 집 못 산다…고수익 쫓는 'MZ세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06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 담보 안되는 예·적금...동학개미 절반 이상이 '주린이'
P2P·가상화폐 시장서도 '큰손'...WSJ “초보투자자 중심부 한국”
저금리 기조 속 불투명한 미래에 2030세대가 중심이 된 사회초년생들이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저금리 기조 속 불투명한 미래에 2030세대가 중심이 된 사회초년생들이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가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떠오르고 은행 예·적금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하기 힘든 시대가 됐다. 미래가 창창한 'MZ세대'는 더욱 그렇다. MZ세대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로 2030 젊은 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5%로 내리며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한 뒤 은행에서 이자를 기대하는 건 불가능해졌다. 갓 사회에 뛰어든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주식시장과 P2P투자, 가상화폐 등으로 몰리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의 배경으로 미래를 향한 불안감, 젊은세대의 리스크 수용능력 등을 꼽는다. 다만 고수익만 쫓으면 상응하는 위험이 따르는 만큼 투자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일(현지시간) 한국의 2030세대 초보 개인투자자들이 소셜 미디어의 도움을 얻어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실태를 주목했다. 신문에 따르면 인구당 주식 거래계좌 수는 한국이 미국의 2배에 달했다.

신문은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덕에 전 세계적으로 초보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한국이 초보투자자들의 '중심부'(major center)가 됐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시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은 과반이 2030 청년세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20∼30대 연령층의 주식계좌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 한 곳인 NH투자증권은 올해 1∼5월 신설된 계좌의 69.3%가 20∼30대 소유라고 전했다. 저성장과 저금리,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경제 환경에 놓인 젊은 세대들이 고수익의 기회를 잡기 위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에게 각광받는 투자처는 비단 주식시장만이 아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채널에 익숙한 이들은 P2P 투자시장의 '큰손'이기도 하다.

P2P 금융이란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자금을 빌려주고 이에 대한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대출을 받고 싶어하는 개인에 투자하는 상품부터 기업이 특정 프로젝트 시행에 앞서 자금을 모으는 상품, 건물을 짓기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자금을 모으는 상품 등 투자처가 다양하고 상품 구조가 간단하다.

P2P 투자 플랫폼 어니스트펀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투자한 고객 중 20대 비중이 무려 31%에 달했다. 투자 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대인 30대도 36%로 나타났다.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전체 투자자 인원수 대비 20대의 비율이 지난 2018년(9%)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무려 22%포인트 증가했다”고 전했다. 20대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요인에는 P2P 투자의 간편성, 모바일 접근성,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 꼽힌다.

2030세대는 부동산담보 상품 투자에도 거침없다. 이 분야의 대표적인 P2P 플랫폼 투게더펀딩에 따르면 5월 기준 누적대출액이 7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2030세대의 투자 금액이 전체 일반인 투자금액의 50%를 넘어 눈길을 끌었다.

투게더펀딩에 따르면 5월 기준 20~30대의 투자 금액은 일반인 투자자 총투자금액 약 3300억원 중 1739억원으로 52.7%를 차지했다.

P2P투자와 비슷하게 가상화폐 시장도 디지털에 익숙한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가상자산 전문투자사인 블록체인 캐피털이 18세 이상 미국 성인 202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가상자산을 알고 있고, 27%가 투자 의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34세 MZ세대 42%가 5년 내 가상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실시한 국내 주요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연령별 가상자산 데이터 점유율을 비교 분석한 결과 10대와 20대가 전체의 61%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최근 주소현 이화여대 교수(소비자학)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를 통해 발간한 ‘밀레니얼 세대와 86세대의 금융행동 이해’ 보고서에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출생자)의 21.3%가 고위험 투자상품인 선물·옵션·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고수익 투자상품에는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2030세대 중 일부는 투자여력을 초과해 신용융자거래 등에 참여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길어질 경우 주가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커 빚을 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2P나 가상화페 투자는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투자의 미확인 정보가 정확한 확인 없이 퍼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떠도는 정보를 경계하고 의심해야 한다. 또 해킹 등의 사고가 발생할 시 가상통화 취급업자가 적절히 책임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약관에 규정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수익 상품에 올인하기보다 여러 상품에 분산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한다”며 “투자를 진행하려는 업체가 금융감독원 등록업체인지 확인해야 하며 고금리, 고리워드(금리 이외의 보상), 단기를 이용해 과대광고하는 곳 등은 한번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