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북 오름세 두드러지고 있어
부산·울산 등 지방광역시 집값도 들썩… 진퇴양난 빠진 정부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6·17 부동산 대책으로 경기와 인천 집값 상승세는 한풀 꺾였지만, 투기 수요가 다시 서울과 지방 광역시로 몰리는 분위기다. 점점 더 커지는 부동산 거품을 지켜볼 수도 그렇다고 단번에 거품을 꺼트려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게 할 수도 없는 정부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0.16% 올라 전 주(0.28%)보다 0.12%포인트(p) 줄었다. 인천은 0.34%에서 0.07%로 급감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의 영향으로 지역 내 매수 관망세가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0.06% 올랐다.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해도 내림세를 보이던 집값이 지난달 8일 반등으로 돌아선 뒤 4주 연속 오르고 있다는 건 그리 좋은 징조로 보기 어렵다. 6·17 대책이 발표하기 직전인 15일 주간 상승률 0.07%를 기록했고 그다음 주 0.06% 재차 올랐다.
특히 서울에서도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북의 오름세가 뚜렷했다는 게 문제다.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불리는 지역의 9억원 이하 단지 위주로 오름폭이 커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노원구 상계주공11단지 전용면적 49.94㎡는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4억원대를 유지했으나 이달 1일 처음으로 5억원을 넘기며 5억1300만원(9층)에 거래됐다.
강동구 선사현대아파트 전용 72.84㎡는 이달 8억9800만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함과 동시에 9억원에 바짝 다가섰다. 관악구 건영1차 전용 60.27㎡도 이달 1일 5억700만원(9층)으로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단지는 2년 동안 거의 두 배가 올랐다.
금천구 신도브래뉴 전용 55.55㎡는 올해 1월 4억1000만원(5층), 4억2800만원(10층)에 거래됐다가 이달 1일 4억7700만원(12층)에 신고가로 올라섰다. 관악산벽산타운5 전용 114.84㎡ 역시 이달 2일 6억원으로 올해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 거래는 뚝 끊겼으나 집값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에 대한 풍선효과로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이 속출하고 있다.
잠실권이지만 행정동으로는 신천동이어서 이번 규제에서 비껴간 파크리오 전용 84.79㎡는 지난달 29일 18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규제 이후에 신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1단지 전용 121.23㎡는 지난달 28일 21억5000만원(7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서울만 문제가 아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지방광역시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는 모양새다. 최근 울산 아파트값은 지난달 15일 0.09%, 22일 0.15%, 29일 0.15%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부산은 0.05%, 0.11%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인 후 0.09%로 소폭 하락했다.
‘해수동’(해운대·수영·동래구)이 부산의 가격 상승은 이끌었다. 해운대구 우동 해운대자이2차 전용 84.91㎡는 지난 20일과 21일 8억5000만원, 8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가 9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 단지의 직전 최고가는 지난해 말 8억1500만원이고 올해에는 7억6800만~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갑작스럽게 약 1억원이 오른 셈이다. 이달 2일 9억4000만원에 거래된 전용 84.98㎡도 현재 호가가 11억~13억원까지 치솟았다.
울산에선 남구 울산번영로두산위브 전용면적 84.91㎡는 지난 24일 6억5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찍었다. 이전 최고 거래가는 지난달 2일 6억700만이었다. 야음동 대현 더샵 전용 121.42㎡는 지난 22일 9억원에 거래돼 최고 거래가를 경신했다.
정부가 6·17 대책을 내놨음에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더 활활 터오른 이유는 수도권 규제 강화로 매수세가 다시 서울로 유입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른바 ‘역풍선효과’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에서도 중저가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더 많이 올랐다”며 “수도권 웬만한 아파트보다 서울 강북 아파트가 더 싸다는 인식이 있는 가운데 수도권 규제가 강화되니 유동성이 다시 서울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부산과 울산 등도 마찬가지다”면서 “지방에서도 규모와 인구가 많고 발전 가능성이 크다 보니 최근 청약 경쟁률 상승과 함께 기입주한 아파트에도 매수세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