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책임 피하기 급급…사모펀드 전담조직 뒷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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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책임 피하기 급급…사모펀드 전담조직 뒷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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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1만여개 전수조사...'깜깜이 조사' 실효성 의문
특정회사 일탈보다 제도 헛점 문제...당국 책임론 커져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피해분야 전면 점검 합동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 김동회 부원장보, 김은경, 김도인, 최성일 부원장 등 참석자들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소비자 피해분야 전면 점검 합동간담회에서 금융감독원 김동회 부원장보, 김은경, 김도인, 최성일 부원장 등 참석자들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라임 펀드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른 유사 사건들이 잇따르는 중이다. 펀드의 불완전 판매로 피해가 눈덩이로 불어나자 금융 당국은 사모펀드 전수조사에 나섰다. 한 두 건도 아니고 물리적으로 검사할 길이 없자 3년에 걸쳐 전수조사하겠다는 궁여지책을 내놨다.

2023년까지 사모펀드 1만여개와 사모운용사 230여곳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태생적으로 ‘깜깜이’인 사모펀드를 당국이 얼마나 들여다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과 당국이 감독을 강화하더라도 당분간 사모펀드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환매 중단’ 사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태의 핵심은 제도의 헛점인데 이는 그대로 둔 채 운용사의 일탈과 은행 등 판매사의 불완전판매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라임자산운용부터 올해 옵티머스자산운용까지 연이어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지는 사모펀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먼저 이달부터 두 달간 판매사 주도로 전체 사모펀드 1만304개를 전수 점검한다. 다른 한편 금융당국은 전담 검사 조직을 3년간 운영해 전체 사모운용사 233곳을 현장 검사할 계획이다.

먼저 서류 위·변조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판매사 주도로 자체 점검을 한다. 이달부터 두 달간 판매사 주도로 운용사와 수탁사, 사무관리회사 등 4개사의 자료를 상호 대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들은 펀드 재무제표상 자산(사무관리회사)과 실제 보관자산(수탁회사)의 일치 여부, 운용 중인 자산과 투자제안서 내용의 일치 여부, 운용재산의 실재 여부 등을 교차 점검하게 된다. 5000억원대의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경우 수탁회사(하나은행)와 사무관리회사(예탁결제원)에 서로 다른 운용 내역을 알린 것으로 나타난 데 따른 대응이다.

이와 별도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은 30명 내외 인력으로 구성한 사모펀드 전담 검사 조직을 3년간 운영한다. 모든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2023년까지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사의 실효성엔 의구심이 이어진다. 

이미 금융위는 지난해 대규모 원금손실을 빚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1조6500억원대 환매 중단이라는 결과를 낳은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연이어 벌어지자 2번의 대책을 내놨다. 지난 4월 사모펀드 최종 대책을 발표했을 때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42개사 1786개 펀드를 살펴봤지만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위험한 운용형태·투자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류를 위조한 옵티머스자산운용을 걸러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전수조사를 마친 펀드에 자산운용사가 다시 부실자산을 담아도 당국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헛점이다.

사태의 근본적 문제를 제도에서 찾아야한다는 지적도 많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최소자본요건도 6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등 사모펀드를 키우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다. 펀드 사전 심사제도 사후 등록제로 바꿨다.

이같은 전방위적 규제완화 이후 사모펀드 순자산은 423조원까지 불어났다. 현재까지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사모펀드 규모만 4조원이 넘는다. 자본시장 성숙도를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에 부실한 관리감독이 결합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DLF 사태가 터진 뒤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요건을 1억원에서 다시 3억원으로 되돌렸지만 다른 제도 개선은 없었다. 오히려 규제는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에 집중됐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도 사모펀드 적격투자자 요건 완화, 사모펀드 운용사의 최소자본요건 완화, 등록제 전환 등을 언급하며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원인은 무분별한 규제완화 3종 세트"라며 "금융시장을 불량배들의 놀이터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전수조사를 하려면 라임 사태가 터졌을 때 했어야 한다. 이제 와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보여주기식”이라며 “사전 규제가 어렵다면 처벌 수위를 높여 사후 규제라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유사금융업자의 불법행위, 불법사금융·보이스피싱 분야에서도 금융소비자 피해를 들여다본다. 약 240개 P2P업체의 대출채권에 대해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를 제출받고 부적격 업체는 현장 점검해 대부업 전환을 유도하거나 폐업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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