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배짱 불출석’ 유통재벌 솜방망이 처벌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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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배짱 불출석’ 유통재벌 솜방망이 처벌 유감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3.04.29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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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부 권희진 기자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국정감사 불출석 혐의로 법정에 선 유통 재벌 총수들의 잇따른 벌금형 처벌에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사법부가 과거에 비해 재벌들에 대한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지만 누리꾼들은 여전히 이번 벌금형 조차 솜방망이 처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첫 공판에서 벌금 500만원, 정유경 신세계그룹 부사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각각 1000만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벌금 최고형인 1500만원이 구형됐다.

이들은 지난해 10~11월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침해 등과 관련해 국감 및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으나 불참해 검찰에 고발됐다.

해외 출장 등 갖가지 이유를 들먹이며 하나같이 불참해 놓고도 벌금 앞에선 뒤늦게 선처를 호소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가장 높은 벌금형이 선고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는 배경은 무엇일까.

현행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국정감사 등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고발이 이뤄지지 않았고, 고발되더라도 검찰의 약식기소로 벌금 수준에서 그쳤다.

실제로 2010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4명의 불출석 증인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이 중 2명은 각각 기소중지 및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2명에게는 약식기소와 300만원의 벌금형을 내린 게 전부다.

2009년 국감에는 모두 46명의 증인이 불출석했고, 이 가운데 뚜렷한 이유 없이 불출석한 5명이 고발됐다. 2008년엔 46명이 불출석했고, 6명만이 고발됐다.

매년 ‘재벌 봐주기 수사’ 논란을 일으킬 정도의 미미한 조치에 그치다보니 사회적으로 모범과 책임을 다해야 할 재벌기업 총수들이 국회 출석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현행법을 강화해 국감 기간 중 증인 채택자에 한해 출국금지 등 국회 출석을 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최고 벌금형이 1500만원? 15억원도 아니고 1500만원. 이들 일년 연봉과 배당이 수백억원이다. 주가가 1000원만 올라도 하루 수십억원은 우습다”, “재벌들에게 벌금형은 처벌이라 할 수 없다. 앞으로 국회불출석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 “떡검은 재벌에게 500만원 구형이 관행인가?” 등 곱지 않은 평이 이어지고 있다.

재벌총수들의 국회마저 우습게 아는 행태를 제재하기 위해서라도 엄중한 고발조치와 실질적 제재 강화와 엄격한 법집행으로 재벌도 국민과 법 위에 있을 수 없다는 잣대가 분명히 세워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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