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독이 든 성배’ 넷플릭스 제휴 고심…기업별 온도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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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독이 든 성배’ 넷플릭스 제휴 고심…기업별 온도차 ‘극명’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7.05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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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넷플릭스 협력 가장 적극적
SK브로드밴드 “망 이용료 갈등 여파로 콘텐츠 제휴 논의 없어”
KT “IPTV 제휴와 망 이용료 별개 문제”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넷플릭스와 IPTV 제휴 독점 계약을 맺었다. 올해 11월 이 기간이 끝나 통신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모델이 넷플릭스 제휴를 알리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 넷플릭스와 IPTV 제휴 독점 계약을 맺었다. 올해 11월 이 계약 기간이 끝나 통신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진은 LG유플러스 모델이 넷플릭스 제휴를 알리고 있는 모습. 사진=LG유플러스 제공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넷플릭스란 ‘독이 든 성배’를 두고 통신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과 넷플릭스의 독점 제휴 계약이 11월 만료되면서 통신3사의 견해 차이가 극명해지는 양상이다. 통신사는 유료방송사업과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ISP)을 동시에 운영함에 따라 넷플릭스 제휴에 대한 셈법이 복잡하다.

IPTV 사업에서 넷플릭스 제휴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계약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파워가 신규 고객 유치와 이탈을 막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유료방송사 관계자는 “넷플릭스 제휴는 이제 업계에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여겨지기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신규고객 확보의 효과도 분명 있지만, 고객 이탈을 막는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IPTV에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없다면, 고객이 서비스가 가능한 경쟁사로 옮겨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넷플릭스가 제휴 계약을 거부한다면 IPTV는 곧장 손실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선 이 때문에 제휴 계약 성사 여부는 넷플릭스가 쥐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 제휴 계약이 ‘망 이용료’와 연관된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납부에 대한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제휴 계약을 빌미로 통신사가 망 이용료 지급에 대한 주장을 펼칠 수 없도록 ‘입막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제휴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SK브로드밴드의 모기업은 SK텔레콤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트래픽 병목현상을 유발했다. 2018년 40만명 수준이었던 넷플릭스 국내 유료 이용자는 최근 200만명을 넘겼다. 이는 ISP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고 있지 않다.

넷플릭스 한국 유료이용자수 추청치 증가 추이. 자료=와이즈앱 제공
넷플릭스 한국 유료이용자수 추청치 증가 추이. 자료=와이즈앱 제공

일반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처리될 수 없는 트래픽이 발생하는 대부분의 국내 사업자들은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적 포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연간 약 700억원·300억원 규모의 비용을 ISP 사업자에 지불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얘기가 나온다.

통신사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IPTV 사업을 생각한다면 넷플릭스와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ISP 사업을 고려한다면 대립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망 이용료를 적극 주장하기보단 IPTV 사업 확대를 선택했다. 11월 독점 계약이 끝나지만, 제휴 기간은 연장됐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IPTV 고객들이 넷플릭스를 계속 보는 것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망 이용료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지만, 사업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T는 다소 중립적이다. 넷플릭스와의 IPTV 제휴 계약을 협상하고 있지만, 이는 망 이용료와 별개라는 게 회사 측의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의견 교류는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계약 여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망 이용료 등 다양한 요소가 있어 과정이 원활하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대립각을 유지할 정도로 망 이용료 문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IPTV 제휴 여부와는 상관없이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는 게 국내 ISP 생태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넷플릭스의 국내 비중이 더 높아진다면 콘텐츠 시장을 독점할 우려도 있다. 업계가 한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명 넷플릭스 규제 법안(전기통신사업법)과 관련해 시행령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에 망 안정성 의무가 부여됐지만, 논란이 되는 망 이용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빠질 것으로 전망돼 업계의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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