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무산 위기에…이스타항공, 출범 13년 만에 파산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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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무산 위기에…이스타항공, 출범 13년 만에 파산 수순 밟나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7.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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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스타에 “15일까지 선결 조건 해결하라” 최후통첩
당장 1000억 부채 해결 여력 없어…M&A 무산 시 파산 불가피
이스타 조종사노조 “제주·애경이 파산으로 내몰아” 규탄 시위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사간 첫 기업 결합으로 주목받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무산 될 위기에 놓였다. 제주항공이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분 헌납에도 사실상 계약 파기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M&A가 불발되면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10일(영업일 기준) 이내에 선결조건을 모두 이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기한은 오는 15일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이스타항공이 제주항공에 보낸 공문에 대한 ‘답신’으로,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릴 셈이다.

제주항공이 요구한 선결 조건은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과 조업료와 사무실 운영비 등 각종 미지급금 해결이다. 양사가 갈등을 빚던 체불 임금(250억원)까지 포함하면 최소 800억∼10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스타항공이 오는 15일까지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지난 3월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초 맺은 계약서 상에도 ‘선결 조건을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 10일이 경과하면 계약 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인수 포기설’은 이미 업계에서 꾸준히 흘러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경영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과 당기순손실 1014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해당 기간 내에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하고 있던 현금이 완전히 바닥나 완전자본잠식(1분기 기준 -1042억원) 상태다. 지난 2월부터 5개월 동안 임직원에게 월급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고 있으며, 협력사에도 대금을 연체 중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이스타항공의 파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선 정부 지원이 유일한 해결책인데,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에서 “체불임금 문제가 해결돼야 M&A가 종결될 것으로 본다”며 “그런 것들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금융이 지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 역시 최근 LCC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고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뜻하지 않게 정치적인 문제까지 엮이자 제주항공 입장에선 부담을 느끼고 인수 작업에서 발을 빼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M&A가 무산되면 정부의 지원이 있지 않는 한 이스타항공의 파산 수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3일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항공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위해 이스타항공을 파산으로 내몰았다”며 제주항공을 규탄했다.

노조는 “제주항공이 ‘3월 이후 발생한 채무에 대해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에 해결하지 않으면 인수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이자 사실상 계약해지에 가까운 공문을 보냈다”며 “체불임금, 각종 미지급금 등 800억원에 달하는 부채를 15일 이내에 갚으라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을 하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거부한다면 정부 지원이 여의치 않은 상태에서 파산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이 구조조정과 임금체불을 지휘해 놓고 인수합병(M&A)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그룹 본사 앞에서 제주항공이 구조조정과 임금체불을 지휘해 놓고 인수합병(M&A)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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