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는 못잡고 서민만 잡는다”…소급적용 반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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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는 못잡고 서민만 잡는다”…소급적용 반발 확산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7.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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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양자, 대출 한도 축소돼 계약 포기 위기 처했다며 분통
“LTV 70%로 자금 준비 계약자, 5천만~2억 추가 확보해야”
계약 포기·잔금 납부 지연 사례 다수 나올 가능성에 우려감
6·17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변경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6·17 부동산 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로 변경된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6·17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지역으로 새롭게 묶인 지역에서 잔금 납입을 앞둔 수분양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출한도가 축소돼 잔금 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6·17 부동산 대책 이전 아파트 수분양자에게까지 대출규제를 소급적용해 피해를 입게 됐다며 반발, 집단행동을 확대하고 있다.

2일 네이버카페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에 따르면 오는 4일 서울 모처에서 피해자 연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부 대책의 위헌성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에 나설 것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지난달 24일 개설된 이 카페는 이날 기준 76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로, 대부분이 이번 규제로 새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역으로 편입된 경기도와 인천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으면서 대출한도가 축소돼 계약 포기 위기에 처했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들이 집계한 피해 아파트는 지난달 29일 기준 280개 단지 27만7025가구에 달한다. 모임 운영진 측은 “무책임한 정책 남발로 인한 집값 폭등으로 실수요자를 좌절시킨데 이어 하루아침에 벌어진 대출규제로 당장 실거주할 집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비규제지역일 때는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70%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조정대상지역은 50%, 투기과열지구 40%로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대책 전 주택을 청약받은 경우 중도금 대출은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잔금대출은 규제지역 LTV를 적용받되 중도금 대출을 받은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에 LTV가 중도금 한도 내에서 분양가의 60% 또는 시세의 40~50%를 적용받아 빌릴 수 있는 돈이 크게 줄어 소급 적용 논란이 벌어졌다.

모임 운영진 측은 “LTV 70%를 기준으로 자금을 준비한 계약자들은 5000만~2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6·17 부동산 대책에서 잔금대출의 범위와 함께 ‘중도금대출을 받은 금액 범위 내’ 조건을 추가해 사실상 정책 소급적용으로 기존 분양자와 계약자들의 권리를 박탈했다”고 성토했다.

이들 수분양자들 사이에선 시민단체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들이 반시장적인 규제 강화만을 지속적으로 강력 요구하며 편향된 정책 설계를 부추기고 정책에 이들의 이념과 논리가 반영되면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규제지역 편입으로 대출규제 소급 적용을 받아 피해를 보게됐다는 청원글도 줄을 잇고 있다. 이들은 ‘실수요자 보호가 정부의 기본원칙이라더니, 규제로 투기는 못잡고 애꿎은 서민의 주거사다리만 걷어차고 있다’며 정부에 정책 수정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잔금 확보 어려움으로 계약을 포기하거나 잔금납부가 지연되는 사례가 다수 나올 것이란 우려감이 짙다. 실제 일부 단지에선 계약 전 분양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발이 확산되자 정부도 보완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실수요자에 대한 보호와 소급적용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혀 보완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같은 비판 속에서도 정부는 경기 김포·파주시를 지목하며 풍선효과 지역에 규제를 확대하겠다고 시사, 규제 고삐를 더욱 죄고 있어서다.

한편 이날도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은 지난 30일부터 이어간 실시간 검색 올리기에 나서 ‘617헌법13조2항’을 집중적으로 입력했다.헌법 13조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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