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증가ㆍBIS비율 하락… 빨간불 켜진 은행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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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대출 증가ㆍBIS비율 하락… 빨간불 켜진 은행 건전성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7.0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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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본비율 3년만에 14%대로 추락..."하반기 더 낮아진다"
"충당금 적립·취약계층 금융지원 확대" 당국 주문도 부담
은행권의 BIS비율이 추락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본점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사진=각 사
은행권의 BIS비율이 추락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본점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사진=각 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가파른 대출증가세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길어지자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2분기 연속 하락했다. 이 와중에 당국까지 코로나19 장기화를 대비한 금융지원 확대를 연신 주문하고 있는 점도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은행과 은행지주의 지난 3월말 기준 BIS비율은 각각 14.72%, 13.4%로 전년 말 대비 -0.54%포인트, -0.14%포인트 내려갔다.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말한다. 은행이 보유한 자산 위험에 대한 완충장치로서 자기자본을 얼만큼 보유했는지를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현행 규정상 은행들은 BIS비율을 10.5% 이상만 유지하면 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지난 몇년 간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였고 BIS비율을 줄곧 15%대로 유지해왔다. 14%대로 하락한 것도 3년여만의 일이다. 

은행의 BIS비율 하락세는 코로나19 여파로 금융지원과 대출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은 73조원 늘어난 반면 총 자본은 2조4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정부가 편성한 '135조원+알파' 민생·금융안정 패키지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국책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들의 경우 BIS비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산은의 BIS비율은 13.33%로 지난해 말보다 0.73%포인트 하락했다. 2014년 6월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은과 기업은행의 BIS비율도 각각 13.73%, 14.26%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해 은행권을 향한 주문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하반기 국내은행들의 BIS비율이 더 낮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선 금융당국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을 권고한 점도 BIS비율을 끌어내릴 요인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은행권은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을 유지하는 동시에 코로나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 확충에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많이 쌓으면 이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대손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은행들에 충당금 적립 확대를 권고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대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 2월 613조3080억원이던 가계대출은 지난달 627조3829억원을 기록하며, 3개월 간 14조원이나 불어났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도 같은 기간 각각 21조원, 12조원 가량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하반기 코로나19 관련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은행을 통해 최대 70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점도 BIS비율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달 중 개인사업자 대출에 대한 예대율 기준을 현행 100%에서 85%로 낮출 방침이다. 자산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하는 자금 부담을 줄여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지원에 대한 당국의 압박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은행들에겐 부담요인이다. 

2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8개 은행장들을 불러 "연체우려 자영업자에 대한 예방적 지원과 매출·수익 회복을 위한 지원방안이 긴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 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영애로가 심화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들이 워크아웃 등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사전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은행권의 지원을 재차 독려했다.

특히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 대상자 등 은행권에 마련돼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제도를 보다 활성화해달라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한편 은행들은 BIS비율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후순위채는 원리금을 돌려받는 순서가 일반적인 선순위채보다 후순위인 채권으로 BIS는 이를 자본으로 인정해준다. 때문에 은행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선호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해외채권 발생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점은 변수다.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며 후순위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급감해 발행 가산금리가 최근 급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위기가 조기에 끝나지 않으면 대출이 부실화할 우려가 있다"며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실업도 크게 늘 것으로 보여 가계대출의 건전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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