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세로 보지 말라"...분기탱천 투자자들 "폐지가 답"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금융세제 개편안을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개편안의 핵심 중 하나인 '증권거래세'에 대해 정부는 개인투자자에 대한 과세가 아니라고 해명을 거듭 중이지만 '동학개미'들은 분기탱천한 모습이다.
특히 2023년부터 신설되는 '금융투자소득세'가 개미들에게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모처럼 유동장세에서 동학개미들의 투자열풍이 불고 있는데 정부가 시행하는 증권세제 개편안이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개미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일각에선 1~4월 누적 증권거래세가 1조9219억원에 달하며 전년도 같은기간 대비 21.3%나 늘어난 세수를 지키려는 정부의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일각에서 제기된 증권거래세 폐지 주장에 대해선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소액주주의 주식양도차익 전면 과세는 2023년 이후 시행할 예정이며 2023년 이전에 발생한 양도차익은 과세하지 않도록 의제 취득 기간을 둘 예정"이라면서 "현재 발생한 투자수익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증권거래세에 대해선 "재정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존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증권거래세는 고빈도 매매 등과 같은 시장 불안 요인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고 외국인의 국내주식 매매에 대한 과세를 유지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미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증권거래세를 기존 0.25%에서 0.15%로 낮추지만 대주주가 아닌 개인투자자에게도 최고 25%의 양도소득세를 물리기로 하면서 이중과세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바뀌는 세제개편안이 금융투자소득세 과세와 증권거래세를 동시에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구조여서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이 기존의 증권거래세는 물론 매달 금융투자소득세까지 부과하게 되면서 이중과세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기관이나 외국인은 국내시장에서는 기존의 증권거래세만 부과하면 되는데 3년뒤부터 0.15%로 거래세율이 낮아지면 기존에 내던 세금보다 더 줄면서 수익은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논란이 가열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증권거래세가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투자소득세 과세까지 부담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본공제 기준을 2000만원으로 제시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매월 소득금액을 통산하고 원천징수하는 방식이 어떤 시각에서 보면 세금을 미리 받겠다는 것처럼 인식이 된다"고 꼬집었다.
경제 전문가들도 "증세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 출범 후 급증한 복지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금융부분의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증세를 단행했다는 반응도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추정이 지나치게 자의적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양도세 부과 대상으로 2000만원 초과 이익자를 설정한 것은 현재 시행중인 금융소득과세, 부동산임대소득과세 등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정부는 2010년에서 2018년 간 주식 양도차익이 2000만원 초과인 개인투자자 비율이 5.6%라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관련 세수 규모를 추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도소득세 또한 이익이 난 만큼 과세하고 손실이 난 만큼 공제를 하기 때문에 과세 시점의 시황에 따라 세수가 달라진다. 현 시점에서 세수 증감이 없다고 정부가 주장하는 게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에서는 주식차익 양도과세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시장에서 꾸준히 제시됐던 거래세의 완전 폐지 요구를 정부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른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 한다는 원칙에 따라 양도 차익에 과세를 한다면 지금까지 소득세 대신 걷는 세금이라고 인식됐던 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거래세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을 보고 세수를 포기 못하겠다는 정부의 고집이 느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