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를수록 오른다’ 실패한 부동산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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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를수록 오른다’ 실패한 부동산정책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7.01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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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부른 규제…대책 내놓을수록 효과 반감·시장 내성 커져
“백약이 무효”…비규제지역 풍선효과·서울 최고가 경신 속출
6월 서울아파트 중위매매가격, 9억2582만원 ‘사상 최고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규제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고강도 규제책이 잇따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사진은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6·17 부동산 대책 발표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수요 억제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책 효과는 반감되고 시장의 내성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 발표 후에도 풍선효과가 이어지자 곧장 다음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지만, 시장은 부동산 규제책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냉담한 반응이다. 

1일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6월 넷째주(22일 기준) 서울과 경기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각각 0.44%, 0.49% 올랐다. 이는 주 단위 상승률 기준으로 201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황재현 KB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장은 “6·17 부동산 대책 발표에 서둘러 계약을 진행하려 할 뿐만 아니라, 시중에 나온 매물이라도 급하게 잡으려는 움직임이 컸다”며 “규제 지역이 아닌 곳이나 규제 대상이 아닌 저가 매물들의 가격 움직임이 거셌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책도 지난 대책들과 마찬가지로 어김없이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정부는 규제지역 지정을 피해간 김포와 파주 지역에서 집값 과열 조짐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자 추가 대책까지 시사했다. 또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투자 수요가 서울로 향하는 ‘역풍선효과’도 나타나 서울 곳곳에서 직전 최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속출했다.

특히 용산 정비창 기지 개발과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 마이스(MICE) 민자 적격성 조사 통과 등 개발호재도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개발 수혜지역을 토지거래허가제로 묶었지만, 규제 시행 직전까지 매수세가 붙으며 호가가 치솟았다. 시행 이후에는 인접 지역과 거래허가 대상이 아닌 대지지분 18㎡ 미만 주택으로 매수세가 옮겨 붙었다.

실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종합(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2개월 연속 하락을 멈추고 전월 대비 0.13% 상승했다. 기준금리 인하 등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른데 따른 영향이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전쟁에서 지지않겠다’고 공언하며 고강도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책을 내놓을수록 약발이 먹히지 않으면서 여론의 불신도 깊어지고 있다. 

직방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반기 집값 전망을 예상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2.7%이 상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하락과 보합 전망은 각각 37.7%, 19.6%로 조사됐다. 정부가 규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음에도 10명 중 약 4.3명이 상승을 전망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그다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각종 규제책을 쏟아냈음에도 서울 아파트값은 되려 뜀박질했다는 점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6억635만원이었지만 지난달 9억2582만원으로 2008년 12월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강남 지역(11억6345만원)과 강북 지역(6억504만원)의 아파트 중위매매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더욱이 부동산 정책에 관여한 청와대 전·현직 참모진이 이번 정부에서 부동산 자산 급등으로 억 단위의 불로소득을 얻게 된 것도 정책 신뢰를 잃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발표한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재산을 신고한 65명(직계가족 포함)의 부동산 재산 현황 분석에 따르면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서울 송파구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는 10억7000만원이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기 과천시 ‘과천 주공 6단지’도 재건축되며 10억4000만원 뛰었다. 

이에 시민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찬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취임 이전으로 집값을 낮출 것’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소득주도형 성장’이 ‘부동산 불로소득 주도형 성장’이라는 비아냥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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