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면세품 판매는 호황… 손해 메우기는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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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 면세품 판매는 호황… 손해 메우기는 역부족
  • 한종훈 기자
  • 승인 2020.07.0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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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준비 수량의 70% 이상 판매… ‘광클’ 열풍까지
6개월 이상 재고품 대상, 판매 1위 화장품 등 빠져
판매 규모 800억 원 수준… ‘두 달 치 임대료’ 불과
지난달 25일 오전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재고 면세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오전 롯데백화점 노원점에서 재고 면세품을 사려는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울상을 짓고 있던 국내 면세점들이 재고 면세품 인기에 잠시 숨통이 트인 모양새다. 하지만 재고 면세품 판매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매출 감소폭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달 23일 시작된 1차 판매에서는 행사 시작 1시간 만에 준비 수량의 70% 이상이 판매됐다. 롯데백화점과 아웃렛 등 오프라인 채널에서도 3일간 53억원어치 재고 면세품이 판매됐다.

신라면세점의 재고 면세품을 판매했던 신라트립은 행사 시작 후 시간당 최고 동시 접속자 수 50만 명을 기록하며 ‘광클 열풍’을 일으켰다. 판매 시작 3시간 만에 절반 이상의 상품이 품절됐다.

표면적으로는 장사가 잘 됐지만 그동안의 손해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면세점의 총매출은 1조179억3519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이었던 1월(2조247억원)에 비해 49%나 줄었다. 앞선 4월에는 매출액이 9867억원으로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에 관세청은 지난 4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 면세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6개월 이상 팔리지 않은 장기 재고품을 대상으로 10월 29일까지 내수 통관 판매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하지만 국내 면세점들이 시중에 팔 수 있는 장기 재고품 규모는 실질적으로 8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롯데·신라 면세점 재고는 약 3조원 규모다. 이 중 6개월 이상 장기 재고는 1800억 원에 불과하다.

여기에 면세점의 매출을 견인하는 화장품, 술, 담배가 빠졌다. 면세점 매출 1위 화장품은 유통기한, 술·담배는 높은 관세에 판매가 불발됐다. 결국 판매가 가능한 재고 면세품은 명품 패션 잡화다. 명품 역시 브랜드의 이미지 때문에 판매가 쉽지는 않다.

결국 이것저것을 다 떼어내니 판매 규모 뿐 아니라 물품도 줄었다는 의미다. 이러한 이유로 재고 면세품 판매로는 그동안의 손해를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면세점들이 팔 수 있는 재고 물품을 다 팔아도 신세계·롯데·신라 면세점이 매달 인천공항에 납부해야 하는 두 달 치 임대료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는 재고 면세품 판매 종류와 물품 등을 늘리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청의 재고 면세품 판매 허용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면서 “하지만 더 많은 재고 면세품을 시중에서 판매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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