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핀테크 공습…이제는 금융권이 반격 나설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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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핀테크 공습…이제는 금융권이 반격 나설 차례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6.30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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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계좌이체와 송금, 투자, 보험 등 과거 금융사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영역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업체의 침공이 매섭다.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워 소비자의 금융생활이 더 빠르고 편리해지면서 IT와 금융의 영역은 무너진 지 오래다.

국내 핀테크 산업은 정부의 핀테크 활성화 정책 추진과 규제 완화 등에 힘입어 매년 기업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 따르면 창립 당시인 2016년 4월 109개 회원사에서 2019년 10월 기준 총 328개 회원사로 3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핀테크 초기 IT업체는 송금·결제·대출·자산관리 등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 중심으로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최근에는 핀테크를 넘어 IT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테크핀(techfin)’ 영역으로도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IT업체의 저력은 코로나19 사태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금융권 영업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IT업체는 언택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카카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늘어난 868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11%, 전년 동기 대비 219% 각각 증가한 882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 대부분이 영업이익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모습과도 사뭇 대조적이다.

물론 금융권도 핀테크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권의 국내 핀테크 산업은 지난 2014년 말부터 시작됐다. 사업 초기에는 소규모 IT 기업과 협업해 공인 인증서와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 은행의 계좌 번호가 아닌 전화번호만 이용해 송금할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이용자 편의를 높였다.

문제는 금융권에서 더 이상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금융시장이 포화 상태다보니 현재 쏟아져 나오는 금융상품을 보면 진부하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예·적금부터 시작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 등 거의 모든 상품은 이미 대중화 된 지 오래인 터라 신규 고객을 끌어 들이는데 한계점이 분명하다.

이처럼 금융권이 새로운 상품을 공급하지 못하다 보니 투자처를 찾지 못해 묶여 있는 부동자금만 1130조원에 이른다. 대외적으로는 핀테크 업체의 공습에 시달리고 내부적으로는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서로 마주하지 않는 언컨택트 시대가 본격화 하면서 금융사는 금융사라는 관념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골드만 삭스 등 글로벌 IB들은 다양한 IT회사 인수에 나서며 종합IT금융회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앞서 핀테크가 그랬듯 이제는 금융사가 반격에 나설 차례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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