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에어컨 '절전 효과' 광고의 허상...비밀로 부친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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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전자, 에어컨 '절전 효과' 광고의 허상...비밀로 부친 데이터
  • 정두용 기자
  • 승인 2020.06.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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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규격으로 측정된 에어컨 소비전력량 있음에도 삼성·LG전자 유리한 정보만 공개
'폭염 예고'에 에어컨 수요 증가...삼성·LG전자 '소비 전력' 과장 광고 논란
KS규격에 근거한 소비전력량 비교가 아닌, 자사에 유리한 데이터로 '소비자 호도'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게제된 2020년형 ‘무풍에어컨·무풍갤러리’ 제품 설명 중 절전 효과에 관한 내용.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게재된 2020년형 ‘무풍에어컨·무풍갤러리’ 제품 설명 중 절전 효과에 관한 내용.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매일일보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에 유리한 데이터만 사용해 에어컨 ‘절전 효과’를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국가기술표준원ㆍ한국에너지공단에서 규정한 한국산업표준(KS) 규격에 의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에어컨 소비전력량을 측정하는 표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에 유리한 정보만을 근거로 ‘절전 효과’를 광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전력량은 소비자가 전기요금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정보다.

올 여름 폭염이 예고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에어컨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에 따라 에어컨 절전 효과를 장점으로 들며 마케팅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이 절전 효과를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KS규격 데이터가 있음에도 이를 제품 설명에 표기하지 않고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에어컨의 전기요금은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주요하게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자사의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을 위주로 제품 홍보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꼼수 광고'에 대한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재 KS규격을 광고에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것은 강제 규정 사항은 아니다.

에어컨의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의 전력소비량 비교 그래프. 모드와 상관없이 소비전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설비공학회 논문집 발췌]
에어컨의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의 전력소비량 비교 그래프. 모드와 상관없이 소비전력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설비공학회 논문집 발췌]

대한설비공학회에 따르면 에어컨은 냉방모드와 제습모드에 상관없이 소비전력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가동 환경에 따라 사용되는 에너지양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소비전력을 비교하기보다 일정 기간의 소비전력량(Wh)을 고려해야 ‘절전 효과’를 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에어컨 KS규격 시험조건(KS C 9306)에는 전기요금과 밀접한 측정 방법이 명시돼 있다. 해당 표준(59페이지)을 보면 ‘냉방 기간 에너지 소비 효율과 냉방 월간 소비전력량 시험방법 및 산출 방법’이 나와 있다. 일정 기간을 산정해 에어컨의 소비전력량을 측정하는 국가 표준 기준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사진] 에어컨 KS규격(KS C 9306)엔 월간 소비전력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명시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에어컨 절전 효과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소비저력량은 전기 요금과 가장 밀접한 정보로 여겨진다. [자료=KS C 9306(에어컨디셔너 59페이지 발췌]
[사진] 에어컨 KS규격(KS C 9306)엔 월간 소비전력량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명시돼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 데이터를 활용해 에어컨 절전 효과를 설명하고 있지 않다. 소비저력량은 전기 요금과 가장 밀접한 정보로 여겨진다. [자료=KS C 9306(에어컨디셔너 59페이지 발췌]

한국에너지공단은 해당 표준으로 측정된 가전 정보를 통해 소비에너지효율등급을 산정한다. 월간 소비전력량 등을 통해 ‘냉방기간 월간 에너지 비용’ 등을 산출한다. 이는 한 달에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 나올 수 있는지를 소비자가 가늠할 수 있는 정보다.

에어컨에 대한 소비에너지효율 등급을 받았다면, 해당 업체는 월간 전기요금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거의 모든 에어컨에 대해 소비에너지효율등급을 취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러나 이 때 측정한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자사에 유리한 정보를 근거로 에어컨 절전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지난달 15일 올린 '에어컨은 할 수 없다, 무풍만이 할 수 있다 - 절전 편' 영상 캡처. 마치 전기요금을 대폭 감소할 수 있는 거처럼 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가 유튜브에 올린 광고 영상 캡처. 마치 전기요금을 대폭 감소할 수 있는 거처럼 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삼성전자는 TV광고와 홈페이지 등에 2020년형 무풍에어컨을 소개하며 ‘최대 90% 절전’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소비전력을 단순 비교해 나온 결과다. 무풍냉방과 MAX 냉방 모드의 소비전력을 비교했다.

삼성전자는 해당 제품의 에너지효율 등급도 받았다. 월간 소비전력량에 대한 데이터가 있음에도, 단순 소비전력만 비교한 결과를 내세운 셈이다. 이 때문에 불분명한 근거를 토대로 “소비자에게 전기요금 90%가 절약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지난달 3차례에 홈페이지에 안내된 무풍에어컨 제품 설명 문구를 수정하기도 했다. 측정 방법과 비교 기준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식으로 변경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90%의 절전효과는 MAX풍과 무풍 모드의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KS규격의 소비전력량 측정방법은 시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소비전력을 비교해 전달하는 것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남효재 국가기술표준원 주무관은 “소비전력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보다, KS규격에 나온 측정 방법으로 소비전력량을 비교하는 것이 전기요금 가늠에 더욱 효용성이 있는 정보”라고 설명했다. 남 주무관은 전기전자정보표준과 소속으로 에어컨 KS규격(KS C 9306)을 담당하고 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올라온 ‘무풍에어컨 무풍갤러리’ 제품 설명이 지금까지 3차례 수정됐다. 위에서 부터 첫 제품 설명 내용, 5월 21일 수정된 내용, 5월24일 이후 현재까지 표시되고 있는 문구.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올라온 ‘무풍에어컨 무풍갤러리’ 제품 설명이 지금까지 3차례 수정됐다. 위에서 부터 첫 제품 설명 내용, 5월 21일 수정된 내용, 5월24일 이후 현재까지 표시되고 있는 문구. [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처]

LG전자도 ‘과장 광고’의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2020년형 LG 휘센 듀얼 에어컨 제품의 설명 중 ‘인공지능 듀얼 인버터’를 사용하면 30%의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내용이 홈페이지 등에 게재됐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소비전력량을 비교해 절전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비교시간이 2시간에 불과한 데다, 시험 조건도 KS규격에 맞추지 않았다. 자사의 실험 데이터를 근거로 ‘30% 에너지 절약’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전기요금과 관련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국가 표준에서 정한 측정방법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국내 에어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전자 기업들 모두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두 회사는 에어컨 시장에서 85%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에너지효율등급을 받은 에어컨의 정보는 에너지관리공단 효율등급제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며 “냉방기간 에너지 소비효율이나 월간에너지비용 등을 확인한다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소비전력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KS규격에 따른 데이터가 아닌 자체적을 측정한 결과다. 사진은 2020년형 LG 휘센 듀얼 에어컨의 절전 효과에 대해 LG전자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 [LG전자 홈페이지 캡쳐]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소비전력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KS규격에 따른 데이터가 아닌 자체적을 측정한 결과다. 사진은 2020년형 LG 휘센 듀얼 에어컨의 절전 효과에 대해 LG전자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내용. [LG전자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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