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폭탄'에 폭발한 개미들…자본시장도 꼼수증세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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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폭탄'에 폭발한 개미들…자본시장도 꼼수증세 우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2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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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 대상 넓힌 금융세제개편안...개인투자자들 '부글부글'
"결국 세수확보" 성토...증권거래세 유지에 '이중과세' 논란도
정부가 과세 대상을 확대한 금융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개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에서 시황을 지켜보는 개인투자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과세 대상을 확대한 금융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개미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한 증권사 객장에서 시황을 지켜보는 개인투자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가 주식 소액주주의 금융이익에도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며 투자자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에 '재정적자 100조'를 눈앞에 두자 자본시장까지 증세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정부를 비판하는 국민청원까지 이어지고 있다.

25일 정부가 로드맵 형태로 제시한 금융세제개편안을 보면 양도소득세는 소액주주와 대주주 구분없이 전면 과세하기로 했다. 반면 점진적 폐지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됐던 증권거래세는 일부 유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 성장 및 금융투자 활성화에 필요한 금융세제 개혁이 결국 정부의 안정적인 세수 확보에 초점이 맞춰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그동안 주식 양도소득세는 대주주이거나 종목별 보유금액이 10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부과됐는데 이를 전체 투자자로 확대하겠다는 얘기다. 갈수록 악화되는 나라 재정상황속에서 정부가 금융증세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2023년부터 대주주에 국한된 양도세 부과 대상을 개인투자자까지 넓힌다. 양도세는 대주주와 개인투자자 구분없이 △주식 양도소득이 3억원 이하일 경우 ‘20%’ △3억원을 초과할 경우 ‘6000만원+3억원 초과액의 25%’ 등 2단계 세율로 과세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경제 중대본) 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은 신종 금융상품 출현 등 급격한 변화가 시작됐지만 복잡한 금융세제는 금융투자에 애로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금융산업 혁신을 뒷받침하고 생산적 금융으로 거듭나기 위한 금융세제 개편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소득은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방식이다. 즉 주식시장에서 개미 투자자도 이익을 얻었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홍 부총리는 "주식양도소득은 금융투자소득에 포함해 과세하며 소액주주와 대주주 구분없이 과세된다"며 "다만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상장주식 양도소득은 연간 2000만원까지 비과세(공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금융소득은 근로소득과는 달리 제대로 과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인식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23년만의 증권거래세 인하 조처 이후 주식 거래에 따른 소득에 폭넓은 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시중 유동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만 쏠리는 상황에서 금융소득 과세는 자칫 주식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도입시기는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었다.

한편 이른바 '꼼수 증세'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적극 항변하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함에 따라 늘어나는 세수만큼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 때문에 증세의 목적이 아니라는 게 정부측 입장이다. 정부는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율을 2022년과 2023년 2년에 걸쳐 0.1%p 인하해 0.15%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투자자는 물론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증권거래세를 완전히 폐지하지 않은채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한 거래행위에 거래세와 양도세를 다 걷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실망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여당 일각에서는 증권거래세 폐지의 움직임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증권거래세 폐지 법안',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등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만의 경우 거래세와 양도세가 동시에 유지되다 보니까 주가가 굉장히 폭락을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닐 것이다. 현재 정부 안은 단계적으로 거래세를 인하한다는 것까지 나왔지만, 폐지까지 가는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갑자기 시작된 정부의 금융 증세 방침이 동학개미 운동 등으로 모처럼 자금이 유입된 주식 등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거란 우려도 크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금융자본시장 과세체계는 부동산시장에 비해 투자자가 불리하게 구축돼 있다"며 "갑자기 높은 세율을 적용해 부과하기 시작하면 자칫 부동산시장 과열로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률적인 과세체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소액투자자가 A주식에서 100만원의 금융소득을 얻고 B주식에서 100만원 손해를 봤을 때 결과적으로 소득을 얻지 못한 셈이지만, 투자자는 결국 A주식 양도소득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한편 투자자들의 반발 조짐도 보인다. 수익이 났을 때 이전에는 내지 않던 양도 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은 예견된 일이다. 실제 전날부터 올라온 "주식 양도세 확대는 부당하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들에 현재까지 1000명이 넘은 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자는 "우리나라에서 서민이 중산층으로 가기 위한 방법은 부동산과 주식 같은 재테크를 통해 가능하다고 본다"며 "6월17일 부당한 (부동산)대책으로 서민은 중산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하나를 잃었고 남은 사다리 하나마저 끊어버리고 있다. 점점 과해지는 여러가지 증세 대책이 서민의 등을 짓누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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