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세 평가·대남 군사행동 보류” 볼턴 회고록, 김정은 움직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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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세 평가·대남 군사행동 보류” 볼턴 회고록, 김정은 움직였나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6.24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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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회고록 출간일에 김정은 ‘보류 결정’
北, 최근 한반도 정세변화 재검토 가능성
24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아래)가 철거돼있다. 위 사진은 전날 같은 곳에서 관측된 대남 확성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24일 오후 인천 강화군 평화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한 야산 중턱에 설치된 대남 확성기(아래)가 철거돼있다. 위 사진은 전날 같은 곳에서 관측된 대남 확성기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이 24일 돌연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어떤 구체적인 설명이나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 이후 연달아 조목조목 남측을 비난하며 명분을 축적한 뒤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동이다. 유일한 단서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대남 군사행동을 보류했다’는 대목이다.

▮볼턴 회고록 풀린 날 보류 결정

이날 북한 노동신문 보도를 살펴보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하고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에 제기한 대남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류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한반도와 관련해 ‘최근 조성된 정세’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회고록 사태가 꼽힌다. 이와 관련, 이번 보류 결정은 북한 시간으로 2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나왔다. 중앙군사위 회의에 앞서 예비회의를, 그것도 화상회의 방식으로 연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이는 갑작스럽게 화상회의 방식으로 예비회의를 열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는 유추로 이어진다. 마침 같은 날 미국에서는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이 시중에 풀렸다.

▮최근 정세 재검토 들어가나

볼턴 회고록에는 북한 측에서도 면밀히 짚어 보아야할 북미 협상의 비화가 담겨있다. 북한으로서는 알 수 없었던 한미 간의 은밀한 뒷이야기나 백악관 내부에서 한반도와 북한을 둘러싸고 펼쳐졌던 파워게임 등은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중대한 고려사항이다. 일각에서는 볼턴 회고록에 드러난 한국 정부의 중재 노력에 김 위원장이 주목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을 전혀 평가하지 않고 맹비난하며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볼턴 회고록을 통해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 대적사업 선포에 대해서도 재고가 불가피하다.

▮김여정은 배드캅, 김정은은 굿캅?

한편 이번 보류 결정을 두고는 전형적인 ‘굿캅, 배드캅’ 전술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관측에 따르면, 배드캅 역할은 여동생인 김 제1부부장이 맡았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대북전단 살포 방치에 따른 금강산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북남 군사합의 폐쇄 등을 경고한 후 이어지는 대남 공세를 총지휘했다. 심지어 청와대가 비공개로 타진한 대북특사 파견 요청까지 김 제1부부장 선에서 거부당했다고 북측은 밝힌 바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정치국 회의 이후 16일 만에 다시 등장했고, 다시 등장한 그 자리에서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김 위원장은 내치, 특히 경제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북중 간 막혔던 교역 다시 활기

이와 관련, 북한이 대남 적대시 정책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기존 대북 제재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북중 무역이 급감하며 촉발된 경제난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김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보류를 결정한 시점에 그동안 중단됐던 북중 간 교역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지난 15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최근 들어 북중 간 교역이 점진적으로 개방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이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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