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유일한 버팀목 얄궂게도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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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유일한 버팀목 얄궂게도 ‘코로나19’
  • 성동규 기자
  • 승인 2020.06.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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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대출로 부동산 구입… 경기 회복 후 금리인상 때 위험
전문가 “코로나19 물러가면 주거 사다리 무너질 수 있다” 경고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 이후 초저금리 깨지는 주택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얄궂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동산시장의 유일한 버팀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가 물러가면 금리가 인상되고 집값 거품이 깨지는 시점이 도래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은행의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역대 최저치인 연 2.13%까지 떨어졌다. 일부 시중은행 금리의 경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금리(연 1.85~2.2%)를 밑돌았다.

변동형 주담대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기준으로 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기준금리 변동과 연동한다. 기준금리 변동이 은행 수신금리에 영향을 주고 코픽스를 움직여 결과적으로 은행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바꾸는 식이다.

금리가 곤두박질치자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지난해 기준)은 3년 만에 최고치이자 이번 정부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7년 4.2%, 2018년 7.2%에서 지난해 8%대로 뛰면서 최근 3년간 지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와 집값 안정을 위해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음에도 유의미한 가계부채 감소세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 유지에 대한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는 1611조 원으로 지난해보다 4.6%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5.7%로 전체 부채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빚이 늘어나는 속도에 비해 소득 증가는 더뎌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분기 말 163.1%로 지난해 1분기 158.6%보다 4.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7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이런 탓에 전반전인 금융안정 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안정지수가 국제금융위기가 터진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위험단계’에 진입했다. 최근 한은이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기미가 보이면 통화정책의 기조를 변경할 뜻을 내비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애초 한은은 경기침체의 징후가 뚜렷한데도 2017년과 2018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당시 한은은 통화정책의 또 다른 목표인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할 때라는 판단이 깔렸었다. 이로써 주담대 금리는 지난해 초 5%에 육박하기도 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주택시장을 떠받쳤던 초저금리 기조의 종말이 예고된 셈이다.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급등기에 많은 빚을 내서 집을 산 수많은 이가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가능성 크다는 점이다.

2017년 3월 기준으로 빚 갚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전체 부채 가구의 3.1%를 차지했다. 고위험가구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Debt-Service Ratio)이 40%를 초과하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I)가 100%를 넘는 가구를 의미한다.

대출금리가 1% 상승하면 고위험가구 비중은 3.5%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9만 가구가 고위험가구에 해당하게 된다. 대출금리가 2% 오르면 고위험가구는 4.2% 증가한다. 최근 30‧40대 ‘영끌족’이 늘어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위험가구는 2017년보다 훨씬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부동산 규제가 계속 강화되면서 일각에선 ‘빚내서 집사라던 전 정부가 낫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면서 “그런데도 정책 기조를 변경할 수 없는 건 가계경제 파탄 위기감과 금융불안정성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실수요자들이 계속해서 비싼 집을 빚 내서 사는 주택 시장 구조가 지속된다면 우리는 1980년대 미국, 1990년대 일본과 북구 3국(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과 같은 부동산 시장 붕괴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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