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쁜 놈들 전성시대: 사모펀드 사기와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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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쁜 놈들 전성시대: 사모펀드 사기와의 전쟁
  • 황인욱 기자
  • 승인 2020.06.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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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황인욱 기자] 사모펀드가 악인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펀드를 돌려 막아 자금을 빼돌리는 ‘폰지 사기’는 예삿일이다. 금융당국의 감시는 무색하고, 오히려 사기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제2의 라임사태는 이미 벌어졌고, 제3 ,제4의 라임사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은 지난 18일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채권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25호와 제26호의 만기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만기 상환이 어렵다고 통보한 거다.

이에 옵티머스가 펀드 운용상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옵티머스는 펀드 판매 당시 설명과 달리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부실 사모사채를 인수한 뒤 펀드를 돌려 막아 자금을 빼돌렸다. 그러다가 유동성 부족으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라임 사태’의 반복이다. 

그런데, 옵티머스는 라임보다 한술 더 떴다. 라임은 펀드 부실을 고지하지 않고 금융권을 통해 상품을 판매했는데, 옵티머스는 아예 펀드 명세서 자체를 위조하는 수법을 썼다.

옵티머스는 펀드에 부실 사모사채를 편입해 놓고 양수도계약서와 펀드명세서 등을 위조해 한국예탁결제원과 판매사 등에 보냈다. 예탁원과 판매사들이 확인할 때는 옵티머스가 정상적인 채권을 편입한 것처럼 보여 문제를 파악할 수 없었다. 

현행법령상 수탁회사나 판매사 등은 사모펀드 관리운용을 감시할 책임이 없다. 옵티머스는 사전에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사기에 나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구조적 허점을 파고드는 사모펀드 사기에 투자자의 시선은 금융당국을 향하고 있다. 쟁점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로 나뉜다. 금감원을 향해선 미흡한 관리감독을 지적하고, 금융위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을 문제로 삼는다. 

사모펀드 사기 재발을 위해선 금융당국 간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로 한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감독원이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으나 금융위가 강행했다”고 했다.

금감원의 검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옵티머스를 둘러싼 새로운 의혹은 연일 줄잇고 있다. 펀드 자금이 대부업체 사채로 흘러든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정관계 인사 다수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사모펀드가 ‘돈 장난’의 장이 되지 않기 위해선 펀드 사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지금부터라도 고민해봐야 한다.

담당업무 :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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