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허점 많은 항만 방역”…당국, 해외유입 감염 증가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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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비상] “허점 많은 항만 방역”…당국, 해외유입 감염 증가에 ‘골머리’
  • 김동명 기자
  • 승인 2020.06.24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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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부산항 검역 과정서 4차례나 확진자 나와…선원 거짓 보고도 ‘문제’
전문가들, 전 세계 확진가 900만명 넘어간 시점에서 이미 ‘예정된 일’
‘전자 검역 시스템’ 아닌 ‘승선 검역’ 통해 강화된 방역망 구축 필요
지난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A호(3천401t) 인근에서 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부산 감천항에 정박중인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 A호(3천401t) 인근에서 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동명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공항과 항만을 통한 해외유입 감염 사례가 급증해 방역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원 집단감염은 러시아 선박 측의 거짓 신고로 피해가 커진 정황이 드러나 방역에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9일부터 23일까지 최근 2주간 방역당국에 신고된 신규 확진자 633명 가운데 해외유입 사례는 총 171명으로, 전체의 27%에 달한다. 신규 환자 4명 중 1명꼴이다. 지역감염을 통한 집단감염 여파가 잠시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해외유입 감염자가 많아진 탓에 신규 확진자가 한때 40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단 러시아 국적 화물선에서 17명의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을 계기로 형식적인 ‘서류 검역’ 등 항만 방역의 구멍이 드러나 방역당국을 향한 비판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번 감천항 감염 사례 이전에도 부산항 검역 과정에서 4차례나 확진자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관계 부처가 미리미리 항만 방역을 강화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항만 검역소의 검역 과정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총 21명이다. 모두 부산 검역소에서 나왔으며, 다른 지역 검역소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2일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국적 냉동 화물선에서 확진자가 속출했다.

해당 화물선은 지난 21일 오전 입항했지만, 서류만 제출하는 '전자 검역'을 통해 무사통과했다. 이후 검역 당국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원 교대가 있었고 당시 하선한 선장 1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해운 대리점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배에 올라타 ‘승선 검역’을 해 확진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이미 하역작업을 한 부산항운노조원 등 90여명과 밀접접촉을 한 후였다.

그간 주요 항만 검역소에서는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꾸준히 해왔다. 제주는 항만과 공항을 모두 포함해서 총 584건의 진단 검사를 했다.

부산의 경우 이번 감천항 무더기 확진 이전까지 나온 감염자가 다소 적은 숫자이긴 하지만 확진자가 지속해서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흐름에 맞춰 미리 검역 절차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해외유입 사례증가는 ‘예정된 일’이라고 설명한다.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900만명을 넘어섰고 ‘재유행’ 조짐이 보이는 상황인 만큼 발 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전자 검역 시스템만으로는 방역 대응을 철저하게 하기 어렵다”며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19가 많이 발생했는데 검역관이 직접 배에 올라 ‘승선 검역’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우 24일 오전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59만명을 넘어선 상태로 미국(242만4268명)과 브라질(115만147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감염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별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탓에 승선 검역이 아닌 통상의 전자 검역으로만 검역 관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항만에 입국하는 타 국가 선원들의 윤리적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러시아 국적 냉동운반선의 선사가 최초 전파자로 추정되는 러시아인의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한국 방역 당국에 뒤늦게 통보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검역 인력과 자원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적은 10만명이 몰려오는데 100명의 군사에게 다 지키라고 하면 곤란하다”며 “헌신과 희생으로 버티는 것은 한계가 있고 병원이든, 검역소든 방역 현장은 사람이 모자라서 헉헉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제약·바이오, 병·의원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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