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재빈 기자]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조합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서초구는 ‘조합 내부에서 알아서 풀어야할 일’이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다 조합원들의 항의 방문이 이어지자 뒤늦게 법률검토에 착수하겠다고 태세를 전환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발전위원회’는 23일 서초구청을 방문해 오는 8월 치러질 예정인 4기 집행부 선거의 선거관리위원회를 서초구가 구성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현 집행부가 선관위를 선출하면 공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 정비사업 e조합 시스템에 개시된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선관위원 후보자가 정수 이상 등록된 경우 대의원회나 조합원 10분의 1 이상이 요청하면 선관위 선임을 구청창에게 의뢰할 수 있다. 현재 조합 측과 발전위 측은 각 10명씩 선관위원 후보자를 추천한 상태다.

발전위는 앞서 지난 3일 286명의 서명을 받아 서초구청에 선관위 구성을 요청했다. 지난 21일에는 499명의 서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총 785명의 조합원이 서초구청의 선관위 구성을 요청한 셈이다. 반포 124주구의 전체 조합원 수는 2293명이다.

하지만 서초구는 ‘선관위 구성은 조합 내부에서 처리할 일’이라며 개입을 꺼려하다 이날 입장을 선회했다. 발전위 관계자 A씨는 “지난 5일과 8일, 22일 구청에 항의방문 했을 때도 똑같은 입장만 되풀이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23일 항의 방문한 발전위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법과 절차에 따라 사안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입장 변화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는 구청에 선관위 구성 의뢰는 대의원회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며 “선관위 구성도 표준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의무조항이 아닌 임의조항인 만큼 법률 검토를 거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표준선거관리규정은 대의원회에서 결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보일 경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구청장에게 의뢰하도록 한 것”이라며 “구청장이 상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는 것은 해석상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상당한 이유 없이 구청이 반려한다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청이 임의로 거부할 수 있다고 한다면 규정의 취지 자체가 몰각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발전위는 서초구청의 법률 검토를 기다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현 집행부의 임기 만료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어 8월 중 새 집행부 선거를 시행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선관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발전위 관계자 A씨는 “서초구의 법률검토를 기다리면 시간만 하염없이 흘러갈 것”이라며 “선거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발전위는 이날 서초구의 답변이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판단 하에 서울시청에도 항의 방문을 이어갔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발전위 측에 “홈페이지를 통해 민원을 제기하면 검토해보겠다”며 “서초구청에 경위를 확인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반포124주구 선관위 구성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까닭은 4기 집행부 선거에서 새 조합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조합원들은 지난 21일 해임총회를 열고 현 집행부 해임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체 조합원 2293명 중 약 46%인 1060명이 참가하는데 그쳐 불발됐다. 집행부 해임 총회는 전체 조합원의 절반 이상이 참여해야 효력을 인정받는다.

반포124주구 조합원 B씨는 “해임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나머지 54%의 조합원이 전부 현 집행부를 지지한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4기 집행부 선거에서 조합장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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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fuego@m-i.kr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