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더 극적이란 이유로 스몰딜 대신 노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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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 더 극적이란 이유로 스몰딜 대신 노딜 선택”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6.2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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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코언 청문회 의식해 협상 판깨기 결정
역사적 판문점 북미회동도 ‘즉흥적정치쇼’ 주장
김정은 아닌 트럼프 아이디어 “아무 준비 안해”
북한의 대남 공세 강화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대남 공세 강화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에 담긴 ‘하노이 노딜’ 비화가 공개됐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명운을 걸고 북미 간 중재외교에 전념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하노이 북미 담판은 ‘재선을 위한 정치쇼’에 불과했다는 게 볼턴 전 보좌관의 폭로 내용이다.

▮트럼프 “무언가 더” 간청에도 김정은 “안돼”

수미 테리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19일(이하 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중 하노이 노딜과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관련 내용 일부를 발췌해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것이 일어난 방’이라는 제목의 회고록은 23일 출간 예정이다.

트위터에 올라온 내용을 정리하면, 지난해 2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세 가지 잠정결론을 예상했다. △빅딜 △스몰딜 △걸어 나가기(협상 파기) 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가운데 ‘극적이지 않은데다 대북 제재 완화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몰딜을 거부했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미 알려진 대로 ‘코언 청문회’가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에서 회담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옛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이 미 의회 청문회에 나와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증언하는 TV 생중계를 뜬 눈으로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짜증을 냈고, 스몰딜을 타결하거나 협상을 깨고 나간다면 코언 청문회보다 더 큰 기사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해 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런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가 걸어 나가더라도 괜찮다”고 말하며 확신을 심어줬다고 한다. 결국 볼턴에 의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파기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미측 선택지는 빅딜 아니면 협상 파기 둘 중 하나로 모아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헤어지면서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을 묻자 “그에 대해 열려있고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상태였다고 볼턴 전 보좌관은 전했다. 그리고 하노이 협상장에서 김 위원장은 영변 핵시설 카드만을 내놓고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는 것.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언가 추가로 내놓을 것을 김 위원장에게 간청했지만 김 위원장은 거부했다고 한다. 빅딜이 무산되면서 남은 것은 ‘협상을 깨고 걸어나가기’ 뿐이었다.

▮“김정은 판문점 회동 요청은 거짓”

볼턴 전 보좌관은 하노이 노딜 이후 전격적으로 이뤄진 판문점 북미 정상 회동 역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한 정치쇼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깜짝 회동 자체가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였으며, 어떤 실질적 준비도 없었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말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짧은 회동 때 판문점 회동 아이디어를 처음 밝혔으며 직후 트위터를 통해 회동에 대해 알렸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3차 정상회담을 요청했다’거나 ‘김 위원장이 나를 만나기를 애타게 원했다’고 했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갑작스런 회동 결정에 볼턴 전 보좌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깜짝 놀랐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도 “여기에 어떤 가치도 부여될 것이 없다. 이것은 완전히 혼돈”이라며 판문점 회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고 한다. 실제 판문점 회동에서도 어떤 실질적인 성과도 없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가 판문점 회동에 열광했다. 판문점 회동은 실패작으로 끝난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대체했다”고 말하며 기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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