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낮에는 美, 밤에는 南’ 이틀간 총공세...6.12합의·6.15선언 모두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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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낮에는 美, 밤에는 南’ 이틀간 총공세...6.12합의·6.15선언 모두 위태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6.1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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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향해 “비핵화 개소리...핵전력 강화”
南에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할 것”
노동신문은 1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밝혔던 대남비난 담화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신문은 1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전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밝혔던 대남비난 담화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이 12~13일 이틀 동안 낮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를 향해, 밤에는 남쪽의 문재인 정부를 향해 각각 ‘핵전력 강화’와 ‘군사적 도발’을 공식선언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라며 6.12 북미 싱가포르 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남북 관계는 더욱 심각한 국면이다. 과거 6.15 남북 공동선언 이전 체제 대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 개소리 집어치우라”

북한은 6.12 합의 2주년인 지난 12일 리선권 외무상 담화를 통해 “우리 공화국의 변함없는 전략적 목표는 미국의 장기적인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것이 6.12 2돌을 맞으며 우리가 미국에 보내는 답장”이라고 했다. ‘보다 확실한 힘’이란 핵전력 강화다. 그는 최근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언급하며 “나라의 핵전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데 대하여 엄숙히 천명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북한은 권정근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담화를 통해 핵전력 강화 노선을 재확인했다. 그는 “명백히 해두건대 우리는 미국이 가해오는 지속적인 위협을 제압하기 위해 우리의 힘을 계속 키울 것이며 우리의 이러한 노력은 바로 이 순간에도 쉼 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2년 전과도 많이 변했고 지금도 변하고 있으며 계속계속 무섭게 변할 것”이라며 “비핵화라는 개소리는 집어치우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북한은 리 외무상 담화에서 “현시점에서 이런 의문점이 생긴다. 우리 최고지도부와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 관계가 유지된다고 하여 실지 조미(북미) 관계가 나아진 것은 하나도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며 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제부터 참으로 괴로울 것”

이처럼 북한 외무성 라인이 연거푸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는 동안 북한의 대남 라인도 동시에 함께 움직였다. 리 외무상의 담화가 있던 12일 밤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북남 관계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못 박았다. 그는 “남조선 당국에 대한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며 “이제부터 흘러가는 시간들은 남조선당국에 있어서 참으로 후회스럽고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13일 아침 노동신문에 이 담화를 실어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3일에는 대남 책임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섰다. 역시 한밤 중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문 발표였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어제 우리 통일전선부장이 낸 담화에 전적인 공감을 표한다”며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개성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폭파 △북한 군부의 대남 무력시위 등을 예고했다.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 관계가 6.15 선언 이전의 대결 구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공언한 것이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 역시 다음날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됐다.

▮정부는 “남북 합의 준수” 원론적 입장만

앞서 북한은 지난 4일 김 제1부부장의 첫 담화 이후 열흘 동안 계속해서 수위를 높여가며 남북 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공식적으로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고, 이어 나흘 만에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무력도발까지 예고한 것.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청와대는 14일 새벽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 화상회의를 열었지만 주목할 만한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통일부는 “정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남과 북은 남북 간 모든 합의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고, 국방부 역시 “한반도 평화정착 및 우발적 충돌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되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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