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월세 무한연장법, 임대시장 악수(惡手)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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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월세 무한연장법, 임대시장 악수(惡手) 될라
  • 최은서 기자
  • 승인 2020.06.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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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 중인 전월세 무한연장법이 논란이다. 임차인의 주거보장을 위한다는 법안이지만 되려 임대차 시장 불안을 심화시켜 주거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박 의원의 전월세 무한연장법은 임차인이 원하면 무제한 거주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임차료 연체, 고의·과실로 집 훼손 등 임대인이 계약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를 두긴 했지만, 여기에 해당하는 임차인의 과실이 없다면 사실한 무기한 계약연장이 가능한 셈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박 의원은 서울살이 30년 동안 16번의 이사를 했다는 한 가장의 이야기를 듣고 집이 가족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공간적 의미가 아닌 재태크 수단으로 여겨지는 우리 부동산시장에 근본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법안의 취지와 달리 오히려 임차인에게 역풍이 불 소지가 많다고 보여진다. 박 의원은 해당 법안이 통과되어도 전세가격 폭등이나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등의 부작용을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나 시장의 예상은 다르다.

임대인 입장에선 무한연장까지 가능하다면 재산권을 침해받는 셈이어서 임대사업이 위축될 공산이 높다. 현재도 제로금리 때문에 전세가 반전세 등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며 전세 매물부족과 가격상승 이중고를 겪고 있는데 이 현상이 더 심화될까 우려스럽다. 더욱이 서울의 경우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 절반 수준으로 줄어 전세대란 우려가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법안으로 인해 민간 임대시장이 타격을 입으면 임대주택 공급도 줄어들게 되고 임대료 상승 제한 부담에 법 시행 전 몇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미리 당겨 받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법안 취지와 달리 임차인들의 부담이 더 커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전세값이 오르면 갭투자가 늘어나게 돼 집값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주택시장 안정이라는 정부의 목표와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는 셈이다.

세입자 보호 방안의 마련 필요성에는 시장에서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너무 급진적인 법안은 되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손해를 주고 시장 왜곡으로 주거 안정을 해칠 수 있다. 이번 법안을 두고 무주택 가구에서조차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불안정한 전월세 가격을 해결하기 위해선 규제도 물론 필요하다. 다만 시장에서 실수요자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는 만큼, 급진적인 법안을 수퍼여당의 힘으로 밀어부치기 보다는 시장의 목소리도 귀기울여 부작용과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데도 무게를 둬야 한다. 현 부동산 시장의 상황과 공급자와 수요자의 입장, 법리적 문제점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보다 바람직한 방향의 결과를 도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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