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인터뷰]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저자 박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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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인터뷰]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저자 박현준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6.10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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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을 그리워 하는 서른의 감상,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내가 십 년만 젊었어도'라고 말하며 거드름을 피우지만 십 년 전에도 역시 우리는 그 시간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만족하지 못했음을 안다.-<지금 이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의 저자 박현준의 에필로그에서.

‘이립’(而立),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자의 말로 ‘서른’을 부르는 다른 말이기도 하다. 어느 시기에는 깨닳음을 얻을 준비를 마친 어엿한 어른의 나이였을 테다.

하지만 현실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은 듯하다. 급변하는 사회문화와 기술적 환경에 적응하느라 차마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 우리네 청년의 모습은 아직 어설픔과 불안함이 깃들어 남아있다.

혹자는 서럽기에 서른이라며 그나마 노랫말로나마 서른 즈음을 흥얼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다소의 위로를 삼는다. 스물을 지나 서른의 중반을 맞이한 청년인 박현준 작가는 추억을 회상하며 ‘보편적 순간’이라며 이야기를 건넨다. 이전의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정서가 바뀌었고, 부단한 노력에도 부족함만 남은 이십에서 삼십 대의 삶은 어찌 보면 공허감을 직면한 세대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엮은 도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를 출간한 그는 반평생을 노래하며 지내온 그야말로 청춘이다. 출간과 동시에 독자들의 공감을 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박현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하자면...
- 감상자로서 예술을 향유하는 일이 삶의 기쁨이라 믿고, 권리이자 사명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작가 박현준이다. 지난 2010년 남성 싱어송라이터 듀오 ‘모든’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이후 2집 앨범까지 발표, 작곡가와 작사가 활동을 이어가며 음악 활동을 해왔다. 이번 출간된 도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는 스물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며 겪어온 보통의 순간들에 대한 감상과 감성을 전하기 위해 집필하게 됐다.

Q. 작가 활동은 책 출간 전까지 가족들도 몰랐다고 하던데...
-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데뷔를 한 것이 아니다 보니 작가 활동을 해왔다는 것도 어쩌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인 것 같다. 사실 첫 습작은 스무 살 무렵 시작된 것으로 기억한다. 학창시절, 교과목 외에는 따로 독서를 즐기거나 글짓기 활동을 해본 일이 전혀 없었다. 당연하게도 글쓰기에 대해서는 흥미조차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십 대에 들어서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성인이 되었다는 성취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적인 활동에 대한 욕구와 갈망으로 글을 써나가기 시작했던 것이 시작이다. 왜 그랬었는지 그때 나는 눈에 띄는 활자는 닥치는 대로 읽어가며 전투적인 독서를 했다. 예술적 관점을 기준하고 정보를 습득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쓰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다.

당시 인기 SNS였던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쓰던 일기가 페이스북으로 그리고 지금 인스타그램까지 이어져 온 것이 글쓰기 활동의 역사다. 이런 경험과 기억을 되살려가며 집필하다 보니 자랑하듯 공개하는 수준을 넘어 자아에 대한 성찰이 됐다. 아마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은 것은 글의 목적이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있어서인 것 같다.

Q. 자아 성찰을 위한 목적의 집필이 책으로 출간하게 된 동기가 있나...
- 2년 전,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겪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견디기 버거운 고통을 직면하게 되면 어떻게든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똑같을 것이다. 나는 당시의 고통을 잊기 위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몰입할 일을 찾아야만 했다. 그때 귀신에 홀린 듯 외장 하드에 묻어뒀던 지난 시절의 글들을 꺼내 며칠 동안이나 읽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대 다시 펼쳐본 글들을 보며 책으로 엮어보면 어떨까 하는 어렴풋한 생각을 했던 것이 동기다.

막연히 버킷리스트처럼 각인된 희망 사항은 어느새 서른이 넘은 시기가 되도록 머릿속에 맴돌기만 했다. 술자리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에 공감하는 또래들을 보면서 어떠면 나의 글이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인 공감을 교류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예술가로 살다가 방구석에서 죽을 성향이었던 나는 본격적으로 출간을 위한 집필과 여러 과정을 준비했고 결국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를 엮게 됐다. 내적인 절실함이 찾은 다음 단계가 책이라는 형태로 구현이 됐다고 생각한다.

Q. 책 제목이 다소 특이하다...
- 최초의 가제는 ‘청춘은 끝났고 나는 이제 겨우 늙었다’ 였다. 다소 무거운 스스로의 성정과 들어맞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청춘이라 생각했던 시기가 차마 인지하지도 못한 어느 순간 끝나버렸다는 상실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제는 그토록 바래 왔던 노숙함을 품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담담히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최종 원고가 완성되어가며 새로운 제목을 구상하던 차에 또래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것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처음 생각과는 달리 단순히 늙어버린 지금의 모습을 순순히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지난 스물의 추억을 회상하니 마치 다시 청춘이 도래한 것 같은 기쁨과 함께 과거가 지금의 나에게도 감동을 선사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책의 제목을 바꾸게 됐다.

Q. 이렇게 출간된 <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 당연하겠지만 첫 장은 스물의 기억으로 시작한다. 책은 전반적으로 시간적 흐름을 따라 감상을 공유해나가는 구성이다. 이어지는 2장은 서른에 도달해 이미 완숙이 서른에 물들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과거의 회상과 현재의 감각적 체험을 담았다. 마지막 장은 내가 추억하는 ‘시간’의 개념과 이를 온전히 재해석하는 나만의 ‘시’라는 개념으로 해석한 ‘時의 詩’로 마무리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겪어온 보편적인 시기의 총정리라고 해두면 좋겠다.

많은 챕터의 소재가 전개되지만 짧고 간결한 문체로 작성했기 때문에 독서에 부담이 없을 것이다. 이미 같은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또래의 독자라면 굳이 긴 설명을 늘어놓지 않더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칫 주야장천 설교하듯 풀어내는 행위가 오히려 독자들에게는 오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책의 장르인 에세이의 장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앞서 말한 보편적인 시기는 무슨 의미인가...
- 말 그대로다. 누구나 겪어왔고, 또 겪고 있으며 나아가 겪게 될 그런 시기를 ‘보편’이라고 표현했다. 우리가 공유하는 보편적 시기는 자랑할만한 특별한 증명 없이도 충분히 빛나는 가치이기도 하다. 고백하자면 나는 이십 대가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럴수록 과한 의미부여와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감만 가득한 현실을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의미에만 함몰되다 보니 늘 피로한 삶이 연속적으로 반복되어만 갔다. 부담을 덜어내고 힘을 빼고 돌아보니 그제야 보통의 일상이 특별한 순간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독자들도 분명 그러리라 확신한다.

Q. 이십 대에서 삼십 대를 넘어가는 시기를 다루며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 단연코 ‘사랑’이다. 이와 동시에 ‘이별’도 함께 말이다. 사랑과 이별은 어느 시기, 어느 순간이고 존재하는 불변의 이치일테지만, 이십 대에서 삼십 대 시기에서는 더욱 아련함이 남는다. 바로 서툴음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미숙하고 서툴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행위에서야 걷어내지 못한 허례허식을 과감히 벗겨낸 진정한 나를 마주할 수 있다. 나이가 더 많아졌다고 해서 사랑과 이별이 쉽지만은 않다. 언제나 사랑의 백미는 이별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누군가의 혹은 자신의 진심을 후회와 아련함으로 바라보는 기점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의 회상 또한 하나의 성찰이라 할 수 있다.

Q.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순간들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다. 동시에 절실히도 되돌리고 싶지 않은 순간이기도 하다. 나의 바램은 당시의 환경을 다시 체험해보고 싶음은 결코 아니다. 차마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간 소중함은 돌아볼 때 그 의미가 살아난다. 그리고 나는 기억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서 감상하며 유희를 즐기길 바란다. 이별 후 사랑했던 기억이 더욱 절실해지는 것처럼.

Q. 회상을 즐기는 작가만의 방식은...
- 나에겐 술이 그런 도구가 된다. 만족스러운 글이나 음악적 결과를 냈을 때는 보통 술에 취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 나는 완전히 취해있는 그 상태를 사랑하고 즐긴다. 취기가 오르면서 비소로 완전한 몰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오롯이 감상에 빠져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다독일 수 있는 상황은 이런 경우일 것 같다. 상념에 젖어 있는 그대로를 직면할 그런 기회가 될테니까.

Q. 과거의 감상이 현실의 즐거움을 주는 것은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떤지...
- 나에게 미래란 현재의 연장이다. 이루지 못한 과제를 짐처럼 둘러메고 소중했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그 시절을 회상한다. 미래가 마냥 피하고만 싶은 무거운 부담이 되어버린다면 결국 불행만 남게 될 것이다. 나는 사랑 갈구하며 예술을 추구하며 살아가고자 하는 소박한 소망이면 나에게는 충분하다.

Q. 책을 읽을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 나의 감상을 담았지만, 또 우리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시절의 애뜻함, 후회, 갈망, 열정을 되돌아보는 행위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지금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나의 글은 등단을 위한 문학이 아니다. 다만 책을 통해 당신과 함께 감각적 공감을  나누며 각자의 이야기를 펼칠 수 있길 바란다. 저마다의 의미로 가득한 회상의 순간을 즐기는 기회가 되어주길 희망한다. 독자와 함께 고백한 쓰라린 아픔의 기억도 다시금 아름답게 채워지길 기대한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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