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TK(대구경북) 맹주로 대권을 노리던 김부겸 전 의원이 2022년 대권 도전을 포기하고 당권 도전에 올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올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도전하는 차기주자들은 '7개월짜리 당대표' 논란에 부담감이 커지는 상황. 김 전 의원의 돌발 선언이 민주당내 당권과 대권 주자들 사이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대세론의 주인공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둘러싼 당권·대권 독식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의원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전대 출마를 준비 중인 민주당 우원식 의원을 만나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민주당 당헌 제25조에 따르면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까지 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이 임기를 채우겠다고 말한 것은 대권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은 "출마 선언을 할 때 임기를 다 채운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이같은 의사 표명은 우 의원의 말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의원에게 "대선 전초전으로 당이 과열되면서 당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은데도 (이 전 총리가) 출마하겠다고 하니 매우 유감스럽다"며 "차기 당 대표 과제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민생을 살리고,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위한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대선 주자의 전대 불출마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 이 전 총리에 대한 당권·대권 독식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이 전 총리 대세론이 김 전 의원의 선택에 따라 꺾일 수 있다"며 "당원들도 당헌 정신에 반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민주당 내에서는 이 전 총리 견제론이 일고 있고, 그 중심에 독식 비판이 자리한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에 보면 당권과 대권을 같이 가지고 있어 줄 세우기라든가, 사당화 시비, 대선 경선의 불공정 시비로 많은 갈등을 겪었다"며 "당권과 대권에 대한 명확한 분리를 왜 하게 됐는지 보면서 판단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