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상 삐라살포 비난하지만 ‘南서 얻을게 없다’ 판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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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상 삐라살포 비난하지만 ‘南서 얻을게 없다’ 판단한 듯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6.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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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악화 내부불만 南으로 돌려
긴장 고조로 북핵 협상 美관심 제고도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농근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의 항의 군중 집회가 지난 8일 강서구역 수산리 계급 교양관 교양 마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한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난하는 가운데 농근맹원들과 농업근로자들의 항의 군중 집회가 지난 8일 강서구역 수산리 계급 교양관 교양 마당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북한이 9일 정오부터 남북한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차단·폐기하고 남측을 '적(敵)'으로 규정하겠다고 선언했다. 북측은 표면상으로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원인으로 거론했지만, 북핵 협상 타결 가능성이 희미해진 상황에서 남측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히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관심을 다시 북핵 문제로 집중시키고, 경제 악화에 따른 내부 불만을 남측에 대한 분노로 돌리려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북측은 이날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이고 대내매체인 노동신문까지 동원해 대남 적대시 정책을 널리 알렸다. 북측은 대남 적대시 정책의 원인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은 저들의 중대한 책임을 너절한 간판을 들고 어쩔 수 없다는 듯 회피하면서 쓰레기들의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묵인하여 북남관계를 파국적인 종착점에로 몰아왔다"며 "그러지 않아도 계산할 것이 많은 남조선 당국의 이러한 배신적이고 교활한 처사에 전체 우리 인민은 분노한다"고 했다. 또 "남조선 당국의 무맥한 처사와 묵인 하에 역스러운 쓰레기들은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하면서 감히 최고존엄을 건드리며 전체 우리 인민의 신성한 정신적 핵을 우롱하였으며 결국 전체 우리 인민을 적대시하였다"며 "다른 문제도 아닌 그 문제에서만은 용서나 기회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최고존엄만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며 목숨을 내대고 사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철저한 실리를 추구해 온 북한의 대외정책 특성을 감안할 때 대북전단은 명분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 북한은 올해 들어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특히 올해는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인 데다 10월에는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최근에는 노동당의 핵심 기구인 정치국 회의를 열고 '평양시민 생활 보장을 위한 당면한 문제'와 '자립경제 발전과 주민 생활 향상'을 논의하는 등 경제난에 조바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따른 책임론을 남측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코로나 사태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는 등 북핵 협상에 대한 북측의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이 다시 한반도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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