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기업 대표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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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기업 대표를 잠재적 범법자로 만들지 말아야
  • 송영택 기자
  • 승인 2020.06.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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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택 산업부장
송영택 산업부장

“형사처벌을 강화한 다수의 경제관련 법령으로 기업인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가 국내에서 적용하고 있는 노동·환경·경제 등의 관련법들이 기업인들을 전과자로 만들고 있다면서 하소연 하듯 내뱉은 말이다. 실제로 기업대표들은 자신도 모른 채 각종 법령위반으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11개 경제부처 소관 경제법률 형벌조항 전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동·환경·경제 관련 285개 법령상 형사처벌 항목이 2657개에 달했다. 지난 1999년에 비해 42% 증가했다. 특히 형사처벌 항목중 기업과 기업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항목이 2205개나 됐다. 즉 해당 실무직원뿐만 아니라 기업대표까지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 

실례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하도급업체 직원이 안전소홀 산업재해로 사망을 하게 되면 원청업체 대표가 최고 7년 동안 징역형을 살도록 되어 있다. 또한 일명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가해자와 상관없이 기업대표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다. 연간 100kg 이상 수입하거나 제조한 신규화학물질을 등록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징역 5년 이하의 책임을 묻도록 했다. 이는 업무상 과실치사와 같은 형사처벌 수준이다. 공정거래법 70조는 직원의 실수로 계열사를 공시하지 않아도 대표이사가 처벌 받는다. 수시로 인수합병을 통해 작은 규모의 전문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많은 최근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대한민국을 ‘기업인 범죄공화국’으로 만든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현행 노동·환경·경제 등의 관련법은 형사처벌 조항이 많고, 기업대표의 책임 범위가 너무 넓고, 형사처벌 양형 수위가 너무 높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마련에 시간을 쏟아도 부족한 기업 대표들에게 실무자가 담당해도 충분한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도록 부담을 지우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이는 곧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대표가 고의적으로 적극적으로 법을 위반하거나 엄청난 중대 과실을 범했을 때만 형사처벌을 고려하고 그 외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서 손해배상을 받도록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의 사례들을 적극 반영해 형사처벌 항목들과 수위를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사건의 경우 미국과 독일의 경우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만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최고형이 징역 1년이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도 독일과 중국은 처벌조항이 6개에 불과한데 한국은 10배가 넘는 65개나 된다.

이와 관련,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인들이 반기업정서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입법을 남발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면서 “기업이 없으면 일자리도 없고 성장도 없다는 인식전환이 절실하고 기업인은 범죄자라는 구태의연한 인식을 벗어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인이 갖춰야 할 덕목 중에 하나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정신이다. 하지만 국내 각종 경제법률은 기업가 정신을 북돋기보다는 총무타입의 관리자형으로 유도하고 있다. 21대 국회는 기업규제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로 각종 법률에서 과잉의 형사처벌 조항들을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데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다. 유권자들도 이러한 의원들을 훌륭한 의원으로 지지하는 여론을 형성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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