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망설이는 사이 미래통합당에게 '기본소득'의 주도권을 빼앗겼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진보진영의 의제였던 기본소득을 민주당보다 앞서 당의 공식 화두로 던진 바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를 지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보수색 강화' 행보로 김 위원장과 차별화에 나섰다. 2022 대선을 겨냥해 전통적 보수층의 결집을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기본소득에서 기초연금의 데자뷰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2012년 대선 당시 박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고 어느새 기본소득은 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며 "2012 대선의 기초연금 공방이 똑같은 사람에 의해 10년 후 대선의 기본소득에서 재판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런 상황이 2012년 대선 당시 기초연금의 의제를 빼앗긴 것과 같다고 했다. 그는 "당시 민주당에서 노인 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으로 망설이는 사이 박근혜 후보에게 선수를 뺏겼다"며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에서 박 후보 승리요인 중 하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거나 포퓰리즘몰이가 두려워 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포퓰리즘"이라고 민주당과 정부를 비판했다.
앞서 통합당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에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사실상의 공황상태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일생에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대변혁기"라며 "포용 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강구하고, 보건 체제를 재정립하며, 4차 산업혁명의 여건 조성과 아울러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도 본격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홍 의원은 이 틈을 타 보수색이 짙은 법안 발의 등을 예고하는 등 김 위원장과의 차별성 부각에 힘을 쓰고 있다. 홍 의원은 재개발과 재건축을 완화하고 촉진하는 것을 1호 법안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주52시간제와 최저 임금제를 완화하는 법안과 지역구인 대구의 통합 신공항 건립을 위한 특별법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