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영장 청구… “검찰의 이재용 망신 주기”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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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영장 청구… “검찰의 이재용 망신 주기” 비판도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6.0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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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지 일정하고 도주 우려 없는 이재용에 영장 친 檢
1년 8개월 압수수색 50번, 430회 소환조사 해놓고 증거인멸?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아…영장 기각 가능성 높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아 점검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을 두고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영장이 기각될 것을 알고도 이 부회장에게 망신을 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비판마저 제기되고 있다.

7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검찰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형사소송법 규정상 등 이 부회장에게는 해당 사항이 전혀 없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 구속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법원은 이러한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런 구속 사유 자체에 해당되는 것이 없다는 것이 법조계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단 이 부회장은 주거지가 일정하다. 최근 시민단체가 이 부회장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 시위를 열 정도로 그 구체적인 위치까지 일반 시민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부회장의 도주 가능성도 없다. 이 부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 총수로서 기업을 팽개치고 도주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집중적으로 내세울 사유로 ‘증거 인멸’을 내세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삼성은 그동안 검찰로부터 1년 8개월 이상 수사를 받았다. 이 기간 동안 검찰은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에 대해 430여 회나 소환 조사를 실시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측 주장대로 범죄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이미 확보되어 있는 상태라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을 것”이라며 “관련 수사가 1년 6개월 이상 이어졌는데,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 하에 견지해오던 불구속 수사·재판 원칙에도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수사기관이 작성했던 조서를 중심으로 증거를 삼는 '조서 중심주의'였다면 '공판 중심주의'는 피의자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고 법관이 주재하는 공개된 법정에 모든 증거를 현출시켜 놓고 유무죄를 판단한다.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것은 ‘일제시대’ 잔재이며, 이러한 적폐 해결을 위해 2003년 형사재판에 공판중심주의 전격 도입됐다. 특히 기업인 수사의 경우에는 법리적으로 많은 쟁점이 있으며, 사실관계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구속기소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실제 지난해 검찰의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김태한 사장에 대해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 같은해 7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2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낮은 거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 '증거인멸' 혐의 외 사건 본류와 관련해 수사 기간 1년 8개월 동안 구속된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데, 수사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구속할 필요성이 있냐”며 “구속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그동안 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검찰의 소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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