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식이법’ 처벌 이전 교통 안전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상태바
[기자수첩] ‘민식이법’ 처벌 이전 교통 안전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0.06.07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br>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해 스쿨 존 교통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이 운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를 반영하듯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난 3월25일부터 지난달까지 운전자보험 신규 계약건수는 무려 150만 건이나 급증했다.

스쿨 존 사고에 따른 법적 처벌 수위가 높아지자 경각심을 갖게 된 운전자들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셈이다. 고의성이 없는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우연의 결과다. 운전자가 아무리 제한속도를 지키고 안전운전 중이었다 하더라도, 예상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특히 차 대 보행자 사고는 더 그렇다. 베스트 드라이버를 자신한다 한들 사각지대 안에서는 장사 없고, 과실 여부를 따지는 데 있어 보행자의 사망확률이 운전자 보다 높기 때문에 사고 책임을 만회하기 어렵다.

교통사고를 분석할 때는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차량 속도와 날씨, 표지판, 사고 장소, 주변 환경, 교통법규 등 모든 요인이 고려된다. 하지만 복합적인 요인보다 가해자와 피해자 나누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문화와 제도는 이런 환경의 중요성을 망각하게 만들어 버린다.

일단 처벌에 앞서 교통사고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도로교통 안전망이 얼마나 잘 돼 있는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고 당사자는 운전자와 보행자지만, 미흡한 도로 인프라가 사고 유발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차로 양 옆을 가득 채운 차량을 생각해 보자. 우리 일상 주변만 둘러봐도 스쿨 존을 포함해 도심과 주택단지, 골목길 등 길목에서 불법주차 된 차량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정차돼 있다 한들 이런 차량은 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위험이 높다.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차량 운전에서 시야확보가 얼마나 중요한 지 느낄 것이다. 전방에 보이는 사물의 크기나 종류에 따라서 운전자의 차량 속도도 좌우된다.

현재까지 발생한 수많은 안전사고들이 운전자가 제대로 된 시야를 확보하지 못한 탓에 대응이 어려웠던 사례가 많다. 사고 당사자는 보행자와 운전자로 정해졌지만, 불법 주정차량을 포함해 도로를 점령한 다양한 사물들이 사고 유발자로서 역할을 하지 않았나 충분히 생각해 볼 문제다.

실제 민식이법 시행 이후 광주광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위해 스쿨 존 내에 불법주정차량에 대한 주민신고제를 도입하는 행정적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사후처방보다는 사전에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차량을 단속해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돕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스쿨존에만 적용 되지만 향후 지도 범위를 인구밀집이 높고 차량이 많은 일반 차로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더 제안하자면 특정 구역에 밀집한 밀집한 차량 분산을 위해 공공 주차시설을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다.

물론 보행자에게도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아이들이 차량 혼잡지역을 지날 때 주의를 당부하고, 놀이터 등 안전한 장소에서 놀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하다. 학교 역시 교통안전 교육을 포함해, 실습을 통한 보행안전 교육으로 아이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