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어나는 '좀비기업' 코로나19 금융부실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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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나는 '좀비기업' 코로나19 금융부실 뇌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03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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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자금난에 기업들 비명…신규 대출 수요 폭증
속 타는 은행들...잠재적 부실대상 관리도 어려워
최악의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폭증하며 금융권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악의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폭증하며 금융권 부실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 지원해주라고 압박을 하니, 안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코로나19 때문에 부실화되는 중소기업은 점점 늘텐데 이러다 뒷감당도 못하는 일이 생기진 않을 지 걱정입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간부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들이 속출하며 향후 금융권의 부실을 불러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물경제 추락은 예상보다 심각해지는 양상이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덮치면서 잠재적 부실대상 기업들의 급증도 불가피해 보여서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간 악순환으로 이어져 자칫 금융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공포감도 높아지고 있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 감사를 받는 국내 기업 2만5874곳 가운데 이자를 낼 만큼의 돈도 못 벌어들인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34.1%까지 불어나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마저 악화된 셈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도 210개사로 전년에 비해 20곳이 증가했다. 부실징후기업 수는 2015년 229곳에서 2018년 190곳으로 매년 감소했지만, 지난해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부실징후기업 가운데 중소기업 수 비중은 2015년 76.4%에서 매년 늘어나 지난해에는 20%포인트 가까이 급증한 95.7%를 기록했다.

문제는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며 금융권에서 신규로 대출을 받는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직격탄을 맞은 항공ㆍ여행업을 비롯해 그동안 시중은행들과 기업거래 실적이 없었던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이들이 향후 부실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와 기업 등의 올해 1분기 대출은 역대 최대 폭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의 피해를 빚으로 견딘 것이다.

한은의 '1분기 중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올해 3월 말 대출 잔액은 776조원이다. 작년 12월 말보다 34조원 증가한 것으로, 증가 규모가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래 가장 컸다.

대출 수요가 급증하며 은행들의 부실채권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 1분기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78%로 전년말 대비 소폭 상승했다. 부실채권 규모는 15조9000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3.5%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의 집계이기에 코로나19 여파가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2분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있을 수도 있어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오는 4~12월중 만기가 도래하는 일반기업 발행 회사채 규모는 20조6000억원, 기업어음(CP) 규모는 15조4000억원 등으로 모두 36조원이다. 이중 2분기에 회사채 8조9000억원, CP 11조4000억원 등 20조3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으려면 기업들은 새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4월 회사채 발행 규모 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자금시장 경색으로 기업들의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됐다.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자 대기업마저 이른바 마이너스 통장으로 불리는 한도성 대출을 최대한 늘리면서 현금 확보에 나섰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비우량기업일수록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한국과 미국 모두 한계기업이 크게 늘었고, 한계기업들이 저금리를 이용해 방만한 경영을 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19 이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카드가 사라지고, 출구전략을 고민하면 한계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용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은 불안감이 드리우자 자체 안전경고장치인 '론모니터링'을 통해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관리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론모니터링은 특정 회사에 대출해준 후, 해당 회사의 매출액이 급감하는 등 재정상태가 나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를 경고하는 장치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후 조치 성격이 강해 금융부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긴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이 절실한 좀비기업들이 저금리를 수단으로 무의미한 생명 연장이 속출할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럴경우 향후 금융부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 거래처는 관리 강화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 할 수 있지만 급증하는 신규 기업 대출거래는 모니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리스크를 감내하고 정부의 요구대로 신속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거래기업 중 상당수가 잠재적 부실대상기업으로 지목되고 있어서 내부 불안감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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