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영업이익은 줄고...부채비율만 급증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시계제로'다. 매출은 줄고 부채만 늘어가고 있다. 지난해엔 이자를 낼 만큼의 돈도 못 벌어들인 기업들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났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물론 안정성마저 악화됐다.
2일 한국은행의 '2019년 기업경영분석(속보)'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1.0%였다. 2018년 4.2%에서 하락 전환했다. 이번 조사는 외부 감사를 받는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 2만5874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 기간 대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4.3%에서 -1.5%로 뚝 떨어졌다. 중소기업(3.9%→1.5%)보다 하락 폭이 컸다.
업종별로 보면 매출액 증가율은 제조업(4.5%→-2.3%), 비제조업(3.8%→0.8%) 할 것 없이 모두 나빠졌다.
제조업 중에서는 자동차(0.4%→6.3%)와 조선·기타운수(-4.5%→12.5%)에서 상승했지만, 정제 마진이 줄면서 석유정제 부문이 23.1%에서 -6.8%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체 산업 매출액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도 6.9%에서 4.7%로 떨어졌고, 이 역시 대기업(7.2%→4.6%)이 중소기업(5.6%→5.2%)보다 하락 폭이 컸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1.7%에서 3.1%로 개선됐으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판매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전자·영상·통신장비는 18.8%에서 5.6%로 급락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의 비율은 2013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하락한 반면 금융비용 부담은 커진 탓이다.
이자보상비율 구간을 나눴을 때 100%에 못 미치는 기업 비율은 31.3%에서 34.1%로 올랐다. 기업 10곳 중 3~4곳이 이자보다 적게 돈을 번 '좀비기업'인 셈이다.
0% 미만인 영업 적자 기업의 비율도 21.6%에서 23.4%로 커졌다. 반면 500% 이상인 기업 비율은 40.2%에서 36.9%로 줄었다.
안정성 지표인 부채비율(93.1%→95.4%)과 차입금의존도(26.0%→27.7%)는 모두 올랐다. 이는 리스 회계 기준 변경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한은은 "비제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자본잠식상태 기업의 비중은 2018년과 같은 8.8%였다.
외감기업 업체 평균 순현금흐름은 2018년 순유출(0억원)에서 순유입(+3억원)으로 전환했다.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현금수입으로 단기차입금, 이자 비용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도 54.4%에서 50.5%로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