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확대로 반등 기대감 줄어든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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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 확대로 반등 기대감 줄어든 반도체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6.0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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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고정거래가 5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코로나, 미·중 갈등으로 불확실성 확대돼
데이터센터 수요로 불안한 반등은 이어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등 잇단 악재로 불확실성이 확대돼 반도체 산업의 반등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바닥을 찍었던 반도체 경기가 올 초부터 완만한 반등세를 보였지만 그 추세가 점차 약해지는 형국이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D램 고정거래가격은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그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5월말 DDR4 8Gb(기가비트) D램 고정거래가격이 3.31달러로 전달보다 0.61% 증가했다. 이는 지난 4월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폭 11.9%과 비교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5월말 낸드플래시 128Gb MLC 가격은 4.68달러로 2개월 연속 변동이 없었다.

그동안 반도체 경기 회복을 이끄는 것은 글로벌 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서버 투자 확대였다. 테크기업의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단가가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지난 1분기 데이터센터, 서버를 비롯한 시설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40%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기가 위축됐음에도 오히려 비대면(언택트) 산업 성장성은 커지면서 관련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쉽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지 못하자 반도체 산업도 코로나19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업종이다. 글로벌 경제의 코로나19 회복이 더딜 경우 반도체 경기도 하락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는 글로벌 정세도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 특히 미국이 중국 화웨이의 시스템 반도체 부문을 정조준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미 화웨이는 미·중 갈등 장기화를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화웨이는 2년 치의 핵심 반도체를 비축했다.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도 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홍콩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은 한국의 네 번째 수출 국가다. 한국의 대(對)홍콩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지난해 촉발된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도 문제다. 정부는 일본에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뚜렷한 답변을 내놓고 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불확실성 요소가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 악영향을 주는 상황은 아니다. 화웨이 제재는 시스템 반도체에 국한됐고, 홍콩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가던 물량을 직접 중국으로 수출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미래의 불안감이 지속되면 반도체 반등 곡선이 꺾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 비용도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직접적 피해가 없더라도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특히 업계가 직면한 불확실성 문제는 국제정치적 문제와 밀접해 예측이 어려워 선제적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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