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코리아, 안방 시장서 소비자 기만…수입차 1위 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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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코리아, 안방 시장서 소비자 기만…수입차 1위 내주나?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6.02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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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가스 조작, 과징금만 776억원 부과…아우디 전철 밟을 듯
아우디, BMW, 일본계 브랜드 등…논란 시 예외 없이 판매 추락
1분기 수입차 점유율 30% 넘어…판매 급감 시 소비자 이동에 주목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올해 8월 임기가 끝나지만 검찰 소환을 앞두고 한국을 떠났다.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올해 8월 임기가 끝나지만 검찰 소환을 앞두고 한국을 떠났다. 사진=벤츠 코리아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시장 내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입차 시장 부동의 1위를 달리는 벤츠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이 드러나면서 수입차 시장에도 큰 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2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코리아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환경부는 벤츠 코리아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12개 차종 총 3만7154대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아우디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으로 판매가 급감한 사례가 있고, BMW는 연이은 화재로 소비자에게 외면당한 점을 고려하면 메르세데스-벤츠도 수년간 이어오던 수입차 1위 자리의 위상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졌다.

벤츠 코리아는 환경부와 소비자단체가 고발에 나서면서 수사 및 재판에 들어가게 된다. 불복 절차를 밟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과징금 부과와 리콜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가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임직원들도 재푼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아우디폭스바겐의 임직원들은 벌금 260억원과 징역 1~2년 및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벤츠 코리아는 과징금 규모가 더 크다는 점에서 실형 가능성도 있다.

특히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사장이 한국을 미리 떠난 것도 주목할 점이다. 아우디 요하네스 타머 전 총괄사장도 한국을 도망치듯 떠나며 재판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라키스 사장 역시 빼다 박은 행보로 논란을 키울 소지가 생겼다. 벤츠 코리아에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불복 의사를 밝힌 만큼 정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했지만, 실라키스 사장은 급하게 한국을 뜨면서 오히려 환경부에 정당성을 부여한 분위기가 됐다.

수입차는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경우 판매가 급감했던 사례를 비춰볼 때,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이번 사건으로 부동의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아우디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 이후 판매가 급감해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BMW는 최근 판매 대수가 회복됐지만 연이은 화재 당시 심각한 판매고를 겪기도 했다. 또 일본계 브랜드는 지난해 노재팬 운동 이후 국내 시장을 떠나는 업체도 생기는 등 판매 회복이 요원한 상태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몰락하면 국내 완성차 판매 순위에도 지각변동이 생길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완성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기아차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GDP 상승과 함께 국내 소비자들의 눈이 높아지면서 고급 프리미엄 승용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커진 것이 독일계 고급 브랜드에 대한 수요를 이끌었다.

경쟁자들이 배출가스 조작과 화재로 인해 주춤할 때 독보적 시장점유율을 구축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번 사태로 어떤 타격을 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월간 판매 대수 8000대를 넘길 만큼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노조와 힘겨루기를 하며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된 틈을 타 판매 순위 3위에 등극했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모든 국내 완성차업체를 제친 것이 인기의 방증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인기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가 소비자를 농락하고 용서받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노조 문제도 브랜드 실추를 가져왔듯이 이번 메르세데스-벤츠의 배출가스 조작도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1분기 메르세데스-벤츠의 수입차 점유율은 30.3%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영향 속에서도 1만5400대를 판매하는 등 수입차 브랜드에선 독보적 실적을 남겼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 등 다른 수입 브랜드도 과징금 부과 등에 불복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며 “실라키스 사장이 한국을 떠나면서 오히려 배출가스 조작 후폭풍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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