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 늘면서 농·축·수산물은 3.1% 올라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이 18.7% 급락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내렸다. 공공서비스 물가가 내린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0.4% 하락한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월에는 1%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4월에 다시 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은 3.1% 올랐다. 코로나19 여파에 가정 내 음식 소비가 늘어나면서 특히 축산물(7.2%)과 수산물(7.7%) 가격이 올랐다. 반면, 공업제품은 2.0% 하락했다.
서비스 물가는 0.1% 오르며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 공공서비스 물가가 1.9%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7% 낮췄다. 정부 정책으로 고교 및 유치원 납입금이 많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개인서비스 물가는 0.9% 올랐으며, 이중 외식 물가는 0.6% 상승하는 데 그쳐 예년보다 상승률이 크게 둔화했다. 코로나19로 여행 관련 서비스 물가가 낮아지며 외식 외 물가도 1.2% 상승에 머물렀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따른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 대비 0.1% 올랐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반면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7% 하락했다. 고교 납입금, 석유류 등의 반영 비중이 높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통계청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는 입장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안 좋아지며 수요 부족에 의해 물가가 낮아져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을 일컫는다”면서 “이번 물가 하락의 원인은 수요 측 요인이라기보다 공급 측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때 품귀현상까지 보였던 마스크 가격은 안정세를 이어갔다. KF94 가격은 오프라인 1600원대 후반, 공적 마스크 공급처인 약국 평균가격은 1500원 초반대, 온라인은 2700원대 초반으로 지난달보다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