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비용·노조리스크’…한국 노동 경쟁력, 리쇼어링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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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비용·노조리스크’…한국 노동 경쟁력, 리쇼어링에 ‘치명적’
  • 문수호 기자
  • 승인 2020.06.01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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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단위노동비용 증가속도 중국과 동등…전세계서 가장 빨라
한국 제조원가 경쟁력 바닥, 정부 리쇼어링 정책 의미 퇴색
노조 리스크도 한 몫, 파업 일삼는 강성 노조…U턴 발목 잡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국내에 투자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전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급망 확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리쇼어링(해외 기업의 국내 유턴) 정책을 적극 펼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핵심부품 수출규제 이후 소재·부품·장비 육성 등 리쇼어링 정책이 주목받고 있지만, 낮은 노동경쟁력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일 한국경제연구원의 ‘제조업 단위노동 비용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8년 한국의 단위노동비용이 연평균 2.5% 증가한 반면, 미국, 인도 등 국내기업이 진출한 ‘10대 진출국’의 단위노동비용은 연평균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위노동비용의 증가는 상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노동비용이 노동생산성에 비해 빠르게 증가해 제조원가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지난 2018년 단위노동비용(100 기준)은 116으로 상승한 반면, 리쇼어링 경잭국들은 94로 하락했다.

국내 제조기업이 국내 유턴을 안 하는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확대 필요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 국내 고임금 부담은 이러한 해외 진출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증가속도는 전세계적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2010~2018년 사이 한국의 단위노동비용 증가속도는 2.5%였다. 10대 진출국 중 중국이 유일하게 2.5%로 같았고, 나머지 9개국은 증가율이 현저히 떨어졌다. 미국(1.2%)을 비롯해 브라질(0.8%)이 노동비용이 늘었으며, 일본(-3.8%), 독일(-2.7%), 오스트리아(-2.3%), 싱가포르(-2.0%), 인도(-1.1%), 멕시코(-0.8%), 폴란드(-0.2%) 등은 줄었다.

이는 한국의 제조원가 경쟁력이 중국을 제외한 비교 대상 국가에 비해 떨어진다는 뜻이다. 2010~2018년 한국의 1인당 노동비용은 연평균 5.2% 증가했지만,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연 2.6%에 그쳤다. 반면 다른 국가들은 노동생산성이 연 3.9% 증가하고 노동비용은 3.0% 증가해 경쟁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높은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은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및 코로나19로 인한 공급선 변화 등을 고려할 때 탈중국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한국은 중국과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이 같은 만큼 리쇼어링 정책의 효과도 낮을 수밖에 없다.

높은 단위노동비용 증가율에 따른 원가경쟁력 상실이라는 이유 외에도 한국 노조의 리스크를 고려하면, 리쇼어링 효과가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국내 제조업에서 대표적인 노조리스크는 자동차업계와 조선업계 등을 비롯해 산업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동차업계는 대표적 강성 노조로 현대차의 경우 최근 파업이 없지만, 지난 2018년까지 7년 연속 파업에 들어가기도 했다. 특히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파업은 이어진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모두 노조 파업으로 피해를 받은 대표적 기업이다. 르노삼성은 파업으로 올해 국내 생산물량을 배정받지도 못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해외시장 확보라는 전략적 목적을 제외할 경우, 국내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저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임금 문제”라며 “리쇼어링 정책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비용 인상을 자제하고, 노동생산성을 제고해 제조원가의 비교우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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