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할퀸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황금알에서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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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할퀸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황금알에서 애물단지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6.01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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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실물경제 충격에...자산가치 '뚝뚝'
잇단 만기 도래 앞두고 투자자 손실도 불가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대체투자처로 각광받던 해외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의 대체투자처로 각광받던 해외부동산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투자업계의 대체투자처로 각광받던 해외부동산펀드가 ‘코로나 쇼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기 침체가 글로벌 부동산 시장까지 강타해서다. 이대로면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고 투자자 손실도 불가피해 보인다.

부동산펀드는 저금리 기조 속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시장이다. 꼬박꼬박 임대수익을 챙길 수 있는데다,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 뒤따라오는 이득도 쏠쏠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드넓은 해외부동산 시장을 향한 투자 열풍은 그렇게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해외부동산펀드의 설정액은 55조7776억원으로 집계됐다. 설정액은 2017년 29조원대에서 2019년 53조원대로 2년만에 80%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부동산펀드 시장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도 48%에서 53%로 증가했다.

'황금알'을 낳을 것 같던 해외부동산펀드 시장의 성장에 제동을 걸게 된건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실물경제 위축은 해외 부동산 시장을 할퀴었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 설정된 해외부동산펀드의 기초자산 구성을 보면 상가, 오피스, 호텔 등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는 상업용 부동산 일색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임대수익도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공모 해외부동산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5.58%(5월 26일 기준)에 그쳤다. 1년 수익률(-3.66%)보다 저조한 수치다.

게다가 해외 부동산 펀드는 폐쇄형으로 운용된다. 만기는 대부분 5~7년 안팎으로, 2015년 물량부터 올해 속속 만기를 맞이할 전망이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2015년 말 기준 11조2779억원으로 이 가운데 5년 만기 펀드는 올해 만기를 맞게 된다. 만기 전 자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면 막대한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자산운용사들은 임대수익 감소 등에 대한 우려를 투자자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최근 운용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세계적 원자재 수요와 생산이 감소하면서 브라질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돼 헤알화 환율이 221.74원(4월29일 종가기준)을 기록했다”며 “해당 자산 내 임차인들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으며, 시장 임대료 추이를 분석해 주요 임차인의 3년차 임대료 조정 협의를 최대한 유리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 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만큼 환리스크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상품 구조도 환율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확대시킬 수 있는 리스크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부동산펀드 구조를 보면 레버리지 비율에 따라 이익기회 뿐 아니라 손실위험까지 올라가는 셈"이라며 "기초자산의 가격변동 리스크에 레버리지 및 환 리스크까지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유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최대 지역이 되면서 현지 부동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기관이나 펀드의 손실 가능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셀다운(sell-down) 목적의 투자물건은 매각지연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경우 유동성 부족, 자산평가손실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간접형 구조가 많은 해외 부동산펀드 특성상 현지 업자, 운용사, 판매사 등 여러 이해관계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거래 상대방의 돌발적인 리스크나 현지 법률 리스크가 생기면 대응이 어렵고 해외부동산펀드에 대한 부실실사 논란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다. 

한편 금융당국은 운용사의 대체투자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금감원은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점검에 나선 바 있다. 금감원은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해 코로나19 사태 등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어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며 '해외 부동산 투자 및 재매각 관련 자체점검'을 요청했다.

금감원은 증권사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도 금융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실사, 운용, 환매 등 대체투자 전 단계에 걸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체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 방침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이미 지난해 말께 초안이 나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발표가 늦어지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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