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新) 냉전에 한반도 지정학적 암흑시대 도래하나
상태바
미중 신(新) 냉전에 한반도 지정학적 암흑시대 도래하나
  • 김정인 기자
  • 승인 2020.05.31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대중 선전포고
한국·러시아·인도 등에 대중 전선 합류 압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국무장관 등 각료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난해 왔던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국무장관 등 각료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처리 강행 보복 조치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철폐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고, 중국 편향적이라고 비난해 왔던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EPA=연합뉴스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미중 신냉전 발발 이후 우려했던 패권국의 줄세우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강행에 대한 보복 조치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절차를 밟겠다고 선언한 뒤 하루만에 한국 등에 대중국 전선에 합류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암흑기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G7서 中문제 논의...한국 오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간) 케네디 우주센터가 있는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당초 6월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한국·호주·러시아·인도를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기자들에게 “중국에 대해 함께 논의하기 위해 이들 새로운 국가들을 초대하고 싶은 것”이라며 “현재 G7을 구성하는 국가들은 시대에 매우 뒤떨어져 있다. G7이 세계정세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연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월이면 미 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부수로 중국과의 대결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9월 G7회의는 중국과의 대결 국면에서 미국이 동조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리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미국으로부터 G7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의 요청을)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미중, 홍콩 두고 정면대결...전면전 양상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로즈가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대응 홍콩에 부여해온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진실은 홍콩은 자유 사회로서 안전하면서도 번영을 누려왔다”며 “중국의 결정은 그 모든 것을 뒤집는다. 홍콩이 더는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며 “오늘 발표는 범죄인 인도조약에서 기술사용에 관한 수출통제, 그리고 더 많은 것까지 거의 예외 없이 홍콩과 맺고 있는 모든 범위의 협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측 공세에 중국은 정면 돌파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인민대학의 국제정치학의 스인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지도층은 현재로선 중국이 미국보다 강하다고 본다. 당연히 이들은 지금을 전략적으로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고 했다.

▮“지정학적 암흑기” “동북아 신냉전” 우려

미중 간 이 같은 정면 대결 양상은 기존 무역 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은 최근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전략보고서 분석에서 “미국에서는 중국이 겉으로는 개방된 글로벌 무역체제를 주창하면서도 물밑에서는 오랫동안 서방과 이데올로기 경쟁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본다”며 “중국에 대한 경쟁적 접근 이상의 사실상 미중 신냉전의 공식선포”라고 했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기존 미중 관계를 바라보는 보편적 패러다임은 미중이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적이고 이데올로기적 가치대립이 없다는 점에서 과거 미소가 대립했던 냉전시대와 다르다는 것이었다”며 “이 보고서로 이제 그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미중 신냉전은 한국에게 있어 지정학적 암흑시대의 도래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최근 열린 미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화상 세미나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고 중국과는 전략적 파트너다. 확실히 동맹은 전략적 파트너보다 중요하고 그러므로 우리에게 최우선은 미국”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구조적으로 중국에 의존한다. 우리가 중국과 적대하면 중국은 우리에게 군사위협을 가할 수 있고 북한을 지원할 수 있으며 동북아시아에 정말로 신냉전이 올 수 있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