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 최악인데 돈 몰리는 주식시장…"둘의 괴리 오래 못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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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경제 최악인데 돈 몰리는 주식시장…"둘의 괴리 오래 못간다"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0.05.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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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풀린 '돈' 갈 곳 못찾고 증시로...거래대금·대기자금 모두 급증
전문가 "유동성의 힘 이미 소진"...美·中 갈등 등 대형 변수도 도사려 
실물경제와 극명한 괴리감을 보이는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실물경제와 극명한 괴리감을 보이는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얼음'과 '불'이다. 실물경제는 한겨울처럼 얼어붙는데 증시는 활황이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와 괴리가 오래가지 못할 거라고 보고 있다.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위기감이 퍼지기 시작하던 올해 1월 하순, 코스피는 2200대였다. 그러던 중 코로나19가 증시를 강타했고 두 달여 만인 3월 23일 1482.46까지 30% 이상 급락했다.

그런데 다시 두 달이 안 되는 사이 하락폭의 70%를 회복해 어느덧 코스피는 2000선을 돌파했다. 미국의 나스닥지수는 2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 어느덧 다가섰다. 

얼어붙는 실물경제 속 아이러니하게도 주식시장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코스피 시가총액 회전율은 63.27%을 기록해 전년 동기(39.81%)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의 비율로 해당 수치가 커질수록 주식 거래가 활발했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322.31%(지난해 176.11%)를 기록해 거래대금이 시가총액의 3배를 넘어섰다.

신규 자금 유입 규모도 커졌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투자자예탁금과 머니마켓펀드는 각각 44조5793억 원, 155조3903억 원으로 연초보다 각각 63.06%, 46.80% 급증했다. 개인의 주식거래활동 계좌수도 같은 기간 7.38% 늘었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유동성인데,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규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며 “불안심리 완화로 개인투자자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풍부한 유동성이 주식시장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일간 기준 역대 최대 거래대금도 연일 경신됐다. 전일 기록한 14조1000억 원을 비롯해 △4월 17일(14조1277억 원) △3월 31일(13조9053억 원) △4월 21일(13조8631억 원) △3월 13일(13조3769억 원) △3월 13일(13조3769억 원)에 13조 원을 돌파했다. 개인은 5월 4일 홀로 1조6993억 원을 사들여 역대 최대 순매수 금액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문제는 실물경제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올해 GDP 성장률을 -0.2%로 제시하며 2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낮추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가 심상치 않음을 공식화했다. 4월 수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4.3% 급감한 369억2000만달러에 그쳤다. 2016년 2월 이후 4년3개월 만에 최저 규모다. 5월 들어 20일까지 수출도 지난해 5월보다 20%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으로 넓혀봐도 주가가 이만큼 오를 이유를 찾을 수 없는게 사실이다. 소비·생산·무역 어느 것 하나 양호한 지표가 없다. 글로벌 재고 급증으로 제조업은 전방위 위기다. 

시장 일각에선는 증시가 미래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지만, 2000선까지 회복한 코스피가 너무 앞서가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난 5월 보여준 증시의 가파른 반등은 결국 '유동성의 힘' 덕이다. 최악의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주요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사상 유례없는 규모와 속도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실물경제 침체가 이어지더라도 막대하게 풀린 돈은 자본시장을 자극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도 시중에 풀린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만으로는 그동안 낙폭을 상당 부분 회복한 증시가 추가 상승세를 이어나가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국의 잇따른 금리 인하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유럽 등의 경제 재개는 지수를 밀어올리려 하지만 코로나19발 경기침체 우려가 큰 상황에서 확대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까지 겹치며 하향 리스크를 키울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증시에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으로는 미중 갈등이 꼽힌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키면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것이라는 전망이 방아쇠를 당겼다. 

증권가에서도 4~5월 이어져온 ‘유동성 랠리’에 대해 고민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0.50%로 인하 발표한 지난달 28일에도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총 14조479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고 주식시장에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 성장 예측과 미중 갈등 등 새로운 악재가 부각되자마자 증시가 급격히 출렁였다. 이제 ‘유동성만으로는 주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방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은의 금리 인하카드도 추가적으로 증시 유동성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하가 재정확대와 ‘시너지’를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증시에 안전판이 될 수 있으나 금리 인하 자체로 강세장을 이끌어내기에는 어렵다는 뜻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가 이미 제로금리 수준으로 들어와 있는데 여기서 금리 수준을 한 단계 낮추느냐, 안 낮추느냐의 문제가 당장 시중 부동자금의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제한적”이라며 “주식시장에만 한정 지을 것이 아니라 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빨리 유입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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