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협상은 여유로운 쪽으로 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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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협상은 여유로운 쪽으로 기운다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0.05.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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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4달러.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이 미군과 노동자의 임금을 두고 협상할 때 나온 유행어다. 

드라마에서 미군과 김종원 대령은 최초 1달러를 제안한다. 하지만 김두한은 4달러를 고집한다. 이후 미군은 0.5달러씩 인상하지만, 김두한은 줄곧 4달러만 외친다. 결국 임금은 4달러로 결정된다. 

통상 협상은 조직들이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2개 이상의 조직이 직접 대화를 거쳐 사업계획이나 이익 등의 일부를 양보하고 일부를 획득하는 일을 뜻한다. 협상의 경우는 조직들 사이에 반드시 직접 접촉을 하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노사관계에 있어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의 단체교섭이 협상의 예로 꼽힌다. 

드라마에서 나온 협상은 인부를 필요로 한 미군이 결국 김두한의 요구를 수락한 것으로 묘사된다. 인력이 없으면, 군수물자 운송이 어려워 보급에 차질을 빚는 만큼 갑과 을의 관계가 확실하게 표현된 것이다. 

극중에서 나온 장면은 현실에서도 나타난 모양새다. 지난 28일 운반비 인상 관련 갈등을 빚은 부산·경남 레미콘 노사가 2주만에 합의안을 도출한 사례다. 합의안에는 노조 측이 요구한 임금이 반영됐다. 레미콘 운반비 1회전 비용을 5만원으로 인상, 노조가 요구한 지입차주 복지기금으로 매월 각사에서 20~50만원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1인 당 하루 3회 운송, 주 6일 근무를 기준으로 잡으면 한 달 동안 기사 1인 당 57만6000원의 임금이 늘어나는 것으로 산출된다. 

사측 대표단인 부산·경남레미콘산업발전협의회는 그간 운반 1회전 당 4만2000원을 지급했다. 이번 협상으로 8000원 가량이 오른 셈이다. 사측에서는 회당 2000원 이상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파업은 건설현장 중단으로 이어졌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 속 현장에서는 원만한 협상 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노사의 갈등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레미콘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체의 전반적인 출하량이 줄어드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레미콘 운송자들에게 주어지는 물량이 감소해 전반적인 임금을 보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업체들이 5만원으로 인상한 점으로 봤을 때 기업존속이 어려울 정도는 아니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히 노조 측의 주장이 허황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결국 협상은 아쉬운 쪽이 고개를 숙이게 되는 그림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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