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자본 확충 계획에 차질 빚나…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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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자본 확충 계획에 차질 빚나…송현동 부지 문화공원 추진
  • 박주선 기자
  • 승인 2020.05.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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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연내 문화공원 지정 추진
대한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본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서울시가 대한항공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지를 매각해 자본 확충에 나서려고 했던 대한항공은 비상이 걸렸다.

28일 서울시는 지난 27일 열린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송현동 대한항공 부지 공원 결정안’ 자문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결정안은 현재 북촌 지구단위계획 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해당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았다.

시는 자문 의견을 반영해 6월 중 열람공고 등 관련 절차를 추진한 뒤 올해 안에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내년 말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데 이어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매각 주관사로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을 선정해 시장 분석과 매수 의향자 조사, 자산 가치 평가 등의 작업을 진행해왔다.

앞서 대한항공은 2008년 경복궁 근처의 이 땅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원에 사들인 뒤 호텔 등 복합문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학교 3개가 인접해 있는 등의 여건 때문에 관련 법규상 호텔 신축이 불가능해 계획을 백지화했다.

2002년 6월 부지의 소유권이 국방부에서 삼성생명으로 넘어간 것부터 따지면 송현동 부지는 20년 가까이 방치됐다. 현 가치는 5000억∼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항공은 당시에도 유휴자산 매각은 이사회 의결 절차가 필요한 사안으로, 적정 가격을 받지 못할 경우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계획대로 송현동 부지를 도시계획 시설상 문화공원으로 지정하면 민간이 이 땅을 매입해도 다른 개발로 수익을 내기는 어려워진다. 이에 공원 지정이 ‘땅값 미리 낮추기’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입가를 2000억원 미만으로 책정하고 있으며, 매입 대금 지급도 거래 시점이 아닌 자체 감정 평가와 예산 확보 등을 거쳐 2년가량 후를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동성 위기로 자금 확보가 시급한 대한항공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만약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을 계획대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추가 자구안 마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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