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유통업계] 낡은 규제로 설자리 잃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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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유통업계] 낡은 규제로 설자리 잃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 김아라 기자
  • 승인 2020.05.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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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SSM 출점규제 3년 연장…총 13년간
복합쇼핑몰의 신규 출점·영업시간 제한도 추진
코로나19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도 제외
전통시장 살리기보다 온라인 이득 ‘속 빈 강정’
스타필드 코엑스몰. 사진=신세계 프라퍼티 제공.
스타필드 코엑스몰. 사진=신세계 프라퍼티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대형마트·SSM 출점규제를 오는 2023년까지 3년 더 연장하겠다.” “복합쇼핑몰을 도시계획 단계부터 입지 제한과 함께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하겠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적이 고꾸라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유통 규제가 더욱 촘촘해지면서 이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복합쇼핑몰의 신규 출점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2년 개정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에 적용하는 매월 둘째·넷째 주 일요일 의무 휴업을 복합쇼핑몰에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복합쇼핑몰이란 식음료·영화관·의류 등 다양한 업태의 소매업체를 한곳에 모은 대형 상업시설로, 하남 스타필드·영등포 타임스퀘어·롯데월드몰과 같은 쇼핑몰뿐만 아니라 현대백화점 판교점·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 등 일부 백화점도 해당한다.

공약에는 신규 출점 제한도 포함됐다. 여당은 공약을 내놓을 당시 “복합쇼핑몰은 반경 10~15km 인근의 중소상권에 위협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복합쇼핑몰은 전통상점가와 15km 이상의 거리에서만 출점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사실상 도심 내 신규 출점이 거의 불가능해진 셈이다.

다음달 1일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복합쇼핑몰 출점·영업 규제’ 법안 처리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확보한 ‘슈퍼 여당’으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돼서다.

유통 대기업을 더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여당뿐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규정 존속 기한을 올해 11월 23일에서 2023년 11월 23일까지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규제에 따르면 전통상업보존구역 1㎞ 이내에서는 대형마트를 새로 만들 수 없다. 대형마트가 빠르게 성장하던 2010년에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처음 시행된 대규모 점포의 출점 규제는 2015년 11월 일몰(종료)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19대 국회에서 올해 11월까지 5년 연장하는 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후 다시 한 번 관련 규제를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7월 법제처 심사를 거쳐 21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21대 국회에서 일몰시한 연장 개정안이 통과되면 규제는 무려 13년간 이어지게 된다.

심지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백화점, 대형마트 등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제외됐다.

이러한 규제는 대·중소 유통산업 균형발전 시책을 지속 추진하고 전통상권과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대착오적’ 시각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복합쇼핑몰 규제 관련해서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 대다수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업장을 운영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거래처 역시 소상공인 자영업자로, 복합쇼핑몰의 ‘피크타임’인 일요일에 영업을 중단하면 이들과 같은 소상공인들도 매출 하락을 경험하게 된다는 입장이다.

또 의무휴업 규제 관련해서는 시장 상인 등 소상공인들의 운영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전통시장 점포 수는 20만9884개로 2013년 21만433개보다 줄었다. 2005년 27조3000억 원에 달했던 전통시장의 매출도 2016년 21조8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오히려 전통시장 살리려다 온라인만 이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소비형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2017년 기준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은 대형마트 15.7%, 전통시장 10.5%로 그 격차가 줄었다. 줄어든 자리는 온라인쇼핑 28.5%, 슈퍼마켓 21.2% 등이 차지했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34조58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3% 증가했다. 올해 1월 온라인 쇼핑 매출액도 12조39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6% 늘어났으며, 2월 역시 11조9618억 원으로 24.5% 증가했다.

이에 업계 한 전문가는 “오히려 오프라인 업계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유통업계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트 대 전통시장’이 아닌 ‘오프라인 대 온라인’으로 조속히 전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유통학회 회장인 박진용 건국대 교수도 “현재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에 대한 규제가 공정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대기업 사업체조차 운영이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규제를 거두지 않으면 생태계 자체가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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